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연기처럼 사라질 北 ‘러 파병’ 대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은 군사기술을 얻기 위한 수단, 북한의 국제적 위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 그리고 러시아와 지속 가능한 동맹을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북한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파병은 어느 정도 일확천금이다.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이 만큼 많은 돈을 단기간에 받은 적이 없다.



물론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앞으로 수십 년동안 비밀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오늘날의 북한은 이렇게 갑자기 생긴 돈을 제대로 쓸 능력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러시아 군인의 월급은 최소 2200 달러, 즉 한국 돈 300만 원이다. 북한 측은 이 만큼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인의 경우 병사 대부분은 이러한 기본 월급보다 돈을 잘 벌고 특히 입대할 때 보너스를 많이 받는다. 따라서 러시아 입장에서 매월 300만 원을 지불하고 인민군 1명을 임대할 수 있다면 좋은 거래다.



북한이 이 단계에서 러시아로 1만 2000 명을 보냈다는 국가정보원의 설명 대로라면 북한은 매년 1억 달러 정도를 벌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파병 규모가 3만~4만 명까지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병력을 수출함으로써 수억 달러를 벌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에게 매우 큰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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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북한 젊은이들의 피로 얻은 돈은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경제구조와 북한 엘리트 계층의 세계관 때문이다.

물론 하늘에서 떨어진 돈 중 일부는 군수공업, 특히 핵능력 향상에 사용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자금은 어떻게 사용될까?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돈이 생기면 프로파간다(어떤 이념·사고방식 등을 홍보·설득함) 건물을 건설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전례는 1970년대 빌린 차관으로 건설한 개선문이나 주체사상탑, 그리고 거대한 흉물로 남아있는 105층 류경호텔이다.

2010년대 북한 경제가 조금 좋아지자 북한 지도부는 평양에서 수십 층의 건물들을 열심히 짓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문제도 없고 평지 부족 문제도 그리 심하지 않은 평양에서 고층건물을 열심히 지을 이유가 없다. 이러한 건물들을 열심히 지은 것은 북한 내에서 그리고 국외에서 평양을 도쿄나 서울을 능가하는 현대 도시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러시아 파병을 통해 나올 돈은 평양에서 신도시인 미래과학자거리나 다른 지역에 생길 50~70층 건물 건축비로 사용될 수도 있다. 아마 이 고층 건물에서 25층 이상은 상하수도도나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입주민도 없는 고층건물의 건설은 자신의 벤츠 창문으로 새 빌딩들을 보는 김정은이 행복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북한 경제 개발도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도 불러오지 못한다.

지금 북한은 시장과 개인경제를 다시 억제하고 김일성시대의 중앙계획경제를 부활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에서 나온 돈 중 일부는 중앙계획경제 부활을 위해 사용되겠지만 낭비로 끝나고 말 것이다. 수많은 제2·제3의 류경호텔이 건설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호텔이지만 내부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다. 결국 러시아에서 온 돈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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