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 장인의 나라가 된다는 것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얼마 전 미국 뉴욕의 한 목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한평생 건축 현장을 누비며 그가 깨달은 교훈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성공과 실패는 인생을 바라보는 조악한 렌즈일 뿐이다. 다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첫째, 다른 사람들에게 성공한 일생이라고 인식된다. 둘째,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더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셋째, 내가 시작한 일을 완수한다.” 그는 모든 순간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자신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내가 시작한 일을 완수하는 사람들’의 작품전이 있었다. 올해로 26번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명장 작품전이다. 이들의 작품은 다른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벽함’이 묻어있다.

대한민국 명장은 해당 분야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함은 물론 오랜 기간 사회공헌을 한 공로가 인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대통령 명의의 명장패를 수여하고 2000만 원의 일시장려금과 업에 종사하는 동안 거의 평생 계속종사장려금이 지급된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708명을 선정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흑백요리사의 안유성 셰프는 2023년 선정된 대한민국 명장이다. 이처럼 요리부터 농업·도자공예·화훼장식·기계설계·정보통신기술·애니메이션·바이오헬스까지 숙련이 필요한 모든 기술영역이 포함된다. 명장의 분야와 직종도 기술의 변화에 따라 신설되고 세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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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언어 모델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류사회의 일과 업(業)에 대한 관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체 불가라 예측했던 인간의 창의성 영역까지 AI가 점령하면서 고학력·전문직의 독점적 영역이 제일 먼저 위협받고 있다. 어느 보고서에 의하면 AI가 대체 불가한 일자리 영역은 몸을 쓰며 소셜 관계성이 중요한 직업, 예를 들면 의사보다는 간호사, 손끝 기술과 휴먼 감성이 결합한 장인 등이다.

3M이 제작한 ‘스킬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국 등 17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응답자의 92%는 숙련기술인력의 부족은 삶의 질을 저하하고 안전 위험을 높이며 길게는 인류 발전의 퇴보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결 방법으로 숙련기술의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지난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의 관람객은 무려 33만 명에 달했다. 인상적인 모습은 부모나 선생님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척 많았다는 점이다. 숙련기술의 현장을 어려서부터 보고 느끼며 ‘자발적으로 숙련기술 장인이 되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사회였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도 의미 있게 일할 수 있는 직업영역이 충분히 많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보여준 좋은 장면이다.

장인은 AI 시대 고숙련사회의 중요성과 함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존재다. 기능만 중시하는 전통적 장인에서 경제적 수단, 자아실현, 사회적 기여를 포괄하는 현대적 개념의 장인으로 변화가 필요하며 청소년과 부모가 따르고 싶어하는 롤모델이 많아야 한다. 성공한 ‘숙련기술 플러스(plus) 경영인’이 많이 활약하는 사회가 되도록 정책과 제도,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아실현 과정에서 자기 결정권을 높이며 일할 때 의미 있게 일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장인의 나라’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게 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건강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숙련기술의 르네상스를 함께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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