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또 자본시장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가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질적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정 이사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한국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KCMC) 2024’ 개회사에서 “기업에게는 미래 성장을 위한 효율적인 자금조달, 투자자에게는 공정한 자산운용과 재산 증식의 장으로서 (한국 증시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시가총액 세계 11위, 유동성(거래대금) 세계 4위에 달하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국내 증시에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올 초 정부와 함께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올 9월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 유도를 위해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날 밸류업 지수선물과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3개 종목의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상장됐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 미래 경영 목표를 공시하면 투자자가 이를 고려하여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며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시장에서 (기업의)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한국 채권시장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것을 두고 “정부와 관계 기관이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확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에는 파생상품 시장에 야간 거래를 도입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개선해 한국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이 더욱 확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 척도이자 주요 투자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관련 지원 강화에 나선다. 정 이사장은 “상장기업들의 ESG 활동을 촉진하고 관련 공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을 통해 투자자가 더욱 두텁게 보호되는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KCMC는 한국 자본시장의 도전 과제와 기회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이사장을 비롯해 김병환 금융위원장, 케빈 스니더(Kevin Sneader) 골드만삭스 아태지역 대표, 데니스 리(Dennis Lee) 스탠더은앤푸어스(S&P) DJI 지수 거버넌스 글로벌 헤드 등 국내외 기관 투자가, 증권사, 유관기관, 상장기업, 정부당국 관계자 약 10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