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엔씨소프트(036570)가 11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면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엔씨는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경영진이 사과하는 한편 고질적인 영업 비용을 줄여 4분기 중으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엔씨는 연결 기준으로 3분기에 영업손실 143억 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매출은 40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 증가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65억 원이다. 엔씨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엔씨소프트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79억 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100억 원대 적자까지 기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예상치를 넘은 실적 부진에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엔씨의 실적 악화는 급증한 영업비용과 함께 일부 기대작들의 부진이 맞물린 영향이다. 엔씨에 따르면 영업비용은 4162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마케팅비는 487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6% 늘었다. 비용은 늘었지만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난투형 대전액션 게임 ‘배틀크러시’는 성적 부진에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조기 종료를 선언했고 기대작이었던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의 성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 CFO는 “영업 비용으로 인해 회사의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고질적인 효과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며 “4분기 중 이러한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비용 구조로 회사 운영 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는 고강도 경영 효율화 작업을 위해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등 경영 쇄신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회사 자원의 효율적 안배를 위해 단순·물적 분할로 4개 법인을 신설하는 조직개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배틀크러시의 서비스 종료를 비롯해 ‘프로젝트E’, ‘도구리 어드벤처’ 등 게임의 개발 작업도 중단했다. 김택진·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당장의 아픔이 뒤따르겠지만 체질을 개선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엔씨는 단순 법인 신설을 넘어 앞으로 게임 신작 개발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엔씨는 출시 후 글로벌 흥행 분위기를 타고 있는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앞세워 4분기 이후 반등을 노린다. 지난달 1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TL은 글로벌 이용자 452만 명을 돌파했고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최고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긍정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연내 출시 예정인 ‘저니오브모나크’를 비롯해 내년까지 6개 신작을 출시하면서 ‘신작 효과’로 게임 회사 본원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지속 추진한다.
홍 CFO는 “4분기에 출시하는 저니오브모나크에 대한 흥행 자신감을 갖고 있고 이에 따른 의미있는 재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M&A 또한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시장에 설명할 수 있을 때 바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