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신규 공장의 수율이 안정화된데다 전사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만성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SK온은 미국 대선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해 내년 설비투자(CAPEX)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제품 다변화를 통해 변동성을 줄일 계획이다.
SK온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4308억 원, 영업이익 240억 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은 4601억 원 손실을 기록한 2분기 대비 4841억 원 개선됐다.
SK온이 만성 적자라는 꼬리표를 뗀 배경에는 헝가리 신규 공장의 조기 정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2분기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지난해 SK배터리아메리카(SKBA) 2공장이나 기존 헝가리 공장 설립 과정을 경험했던 인력들이 신규 공장에 투입되며 정상화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유럽 내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기에 마련하며 수율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단가에 구입한 배터리 재료들이 조기에 소진되며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게 된 점도 수익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주요 재료 가격이 2022년에 비해 80%가량 크게 하락했다”며 “배터리 제조비용 중 60% 이상이 원재료인 만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의 전사적인 원가 절감도 실적을 끌어올렸다. SK온은 자동화물류설비(AGB), 스마트팩토리화를 바탕으로 제조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터리 생산장비 고도화를 목표로 국내를 포함한 독일·일본·미국 등 기업과 6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제조 최적화를 위해 글로벌 설비를 유연하게 개조한다는 목표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임원 수를 10%가량 낮추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글로벌 상황과 고객사 수요에 따라 투자금액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설투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오벌SK와 현대차 합작법인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됨에 따라 2025년 이후 시설투자 금액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 시점도 일부 변경될 수 있다. 우선 포드와 진행 중인 블루오벌SK 프로젝트 중 켄터키 2공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2026년 이후로 양산 시점을 연기한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 연내에 가동할 예정이다. 2025년 가동이 목표인 현대차 합작공장의 양산 시점도 지연될 수 있다.
SK온은 4분기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부터 고객사들의 북미 완성차 공장이 가동하고 신차 출시도 계획된 만큼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애플리케이션 수요를 위한 제품 개발에도 집중한다.
한편 이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적자폭이 확대되며 실적이 악화됐다. 매출은 17조 6570억 원, 영업손실은 4233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 분기 대비 1조 1422억 원, 3775억 원 감소했다. 특히 ‘캐시카우’인 석유사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7608억 원 줄어든 616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2분기 진행된 파라자일렌(PX) 정기보수 종료에 따른 판매 물량 증가 효과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14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윤활유 사업은 미국·유럽 시장의 판매량 증가와 마진 개선 효과로 전 분기 대비 220억 원 증가한 17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