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나치 숭배자라면?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건 이미 뉴스가 아니라며 콧방귀를 뀐다. 유권자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각자의 주머니 사정이다.
설사 유권자들이 편협한 금전적 이익을 민주주의보다 우선시하는 게 사실이라 해도, 트럼프는 여전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의 정책은 미국인들을 덜 자유롭고 더 가난하게 만든다.
트럼프가 파시스트는 아니라 해도 최소한 파시스트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주장까지 부정하긴 힘들다. 그를 보좌했던 존 F.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동창생들이 그렇게 증언한다. 트럼프 내각의 구성원들 가운데 절반이 그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아예 대놓고 반대한다. 그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트럼프의 공개 발언에 귀 기울여 보라. 그는 헌정을 중단하고, 언론인을 투옥하며 군을 동원해 자신이 ‘내부의 적’으로 간주하는 미국인들을 손보겠다고 공공연히 다짐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주의 보존을 이번 선거의 핵심 아젠다로 삼았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은 전직 대통령의 권의주의적 성향에 유권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비난 여론을 일축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두 후보가 무엇을 약속하건 이들 중 누구도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확실하게 악화시킬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트럼프는 바로 이런 방법들을 모조리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제시한 경제 아젠다의 핵심 요소부터 살펴보자.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구입하는 식료품을 포함해 모든 수입품에 10%에서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 곡물을 수확하고 주택을 건축하는 수백 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나라 밖으로 추방한다.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연방준비제도를 정치화한다.
이런 각개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필연적으로 예산 적자를 확대한다.
피터슨경제연구소, 골드만 삭스, 판데온 매크로이코노믹스, 브루킹스 인스티튜트,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수 십개의 독립적인 경제단체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불러올 경제적 낙진을 평가했다. 잠재적 피해 범위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단히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사실상 모두가 동의한다.
예들 들어 연료 가격에 초점을 맞춘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 한은 관세로 인해 대부분 캐나다에서 정제된 유류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60센트에서 80센트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한다. 피터슨경제연구소는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가 중위층에 속한 미국 가정에 연 26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부유층에 속한 일부 미국인들은 고통으로부터 절연돼 있다고 믿을지 모른다. 그들은 트럼프의 기업세 감면이 이에 따른 가솔린이나 아보카도 가격 급등보다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일부 기업을 비롯해 수 십명의 월가와 산업계 중역들이 트럼프에게 부드러워진 이유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금전적 이익과 교환하려는 사람들은 둘 모두를 잃게 된다. 감세는 개인 혹은 국가 전체의 번영에 중요한 유일한 방책이 아니다. 법에 의한 지배 역시 중요하다. 올해 노벨상이 바로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법치는 안정적 투자환경 확보, 사업계약 집행과 정당한 사유가 없는 국가의 개인 자산 몰수를 방지하는데 중요하다.
게다가 트럼프가 부자들과 각을 맞춰 제대로 연결돼 있는 듯 보인다고 해서 나중에 그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 대통령 재임시 그가 어떻게 통치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라.
예컨대 그는 국가권력을 무기화해 자신이 변경한 규정 가운데 하나를 따르지 않은 자동차 회사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또 하수인들을 시켜 그가 인지한 정적들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는데 이들 중에는 왕년의 동지들까지 포함됐다.
트럼프의 대리인들은 종종 1차 집권기의 권력 남용이 비교적 제한된 결과를 불러오는데 그쳤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가장 파괴적인 경제적 충동이 빚어낸 무역 전쟁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재집권이 권위주의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 외치는 일부 저주받은 예언자들의 경고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1차 집권기 당시 트럼프의 주위에는 그의 폭주에 제동을 건 보좌관, 법원, 심지어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집권한 트럼프의 주변에는 그들과 같은 인적 제어 장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