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지역주민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정해 놓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소상공인의 날이지만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에 개인 카페를 차렸지만 지속적인 매출 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달 말 폐업 결정을 내렸다는 40대 자영업자 김 모 씨는 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창업 직후 인근에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이 입점한 탓에 그나마 있던 고객들의 발걸음도 모두 끊겼다”라며 ““샌드위치 등 판매 항목을 늘려 차별화를 두려 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식재료 가격이 폭등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폐업을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가 유행했을 2022년 때보다 지금이 힘들다”며 입을 모았다. 수도권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강 모 씨는 “2년 전에 비해 손님이 늘지는 않았지만, 물가는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악재가 잇따라 겹치니 쓰러지는 자영업자들이 주변에 한 두명이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사업장당 매출은 4331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가량 감소했다. 이익 또한 102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지난 2분기 대비 13.7% 떨어졌다. 특히 외식업이 물가 상승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패스트푸드와 일식, 줄집의 올해 1분기 대비 3분기 매출은 각각 4.3%p, 5.8%p, 6.3%p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로 인해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수도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폐업자 수는 98만6000명을 기록해 1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일 2021년(88만5000명)과 2022년(86만7000명)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폐업 사유별로는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규 창업자 수는 2021년 145만7000명, 2022년 135만1000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27만6000명까지 하락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총 취업자 2884만2000명 중 자영업자는 19.9%에 해당하는 575만1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사정을 고려해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2025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고,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연간 30만 원의 배달비를 지원하여 경영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소상공인 채무 조정에 쓰이는 새출발기금을 4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폐업과 취업 준비, 구직까지 아우르는 단계별 특화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재도전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