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재생지 품질 위해 '종이 5종 분리배출' 日 배워야”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인터뷰

펄프 추출할 나무 많지않은 韓

원료 수입·신문 등 재활용 중요

질좋은 종이 생산하는 일본처럼

깨끗한 분리수거체계 구축 필요

정부 재정지원 등도 뒷받침돼야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임지훈기자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임지훈기자




“좋은 종이를 만들려면 제지사와 원료 제공 업체 간의 협업은 필수입니다. 일본 제품보다 더 나은 품질의 종이를 만들어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 제지업계의 살 길입니다.”



지난 반세기를 오롯이 제지업계에 몸담아와 한국 제지산업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한국종이자원진흥원 이사장)은 최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결국 좋은 종이를 만들어야만 우리나라 제지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좋은 원료가 들어가야 좋은 종이가 나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지사와 원료업체는 꼭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료를 수출하는 것보다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좋은 원료로 만든 좋은 종이를 해외에 내다 팔면 제지산업과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한국제지연합회와 한국종이자원진흥원,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이 일본의 종이 자원 재활용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함께 꾸린 일본시찰단의 단장을 맡아 현지를 찾았다. 그는 대화를 나눈 2시간 여 동안 올해 72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업계의 발전을 위해 평생 품어온 지론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먼저 제지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원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의 종이 재활용 환경은 배울 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펄프를 추출할 나무가 많지 않아 펄프와 재활용 종이 등 원료를 수입할 수 밖에 없다”며 “펄프만 갖고 종이를 만들 땐 품질을 관리하기가 쉬운데 재활용 종이를 사용해서 종이를 만드는 것은 좀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깨끗한 원료가 꼭 필요한데 우리가 부러워하는 점은 일본의 재활용 종이는 참 깨끗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연간 종이 생산량은 1100만 톤 정도 된다. 이 가운데 80%가 재활용된 종이이다. 10장을 사용하면 8장은 순환되는 셈이다. 문제는 카본지·라미네이트지 등 섞이지 말아야 할 원료가 들어가는 등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돼 고급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종이 자원이 질 낮은 재활용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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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일본의 원료가 뛰어난 요인을 분리수거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은 가정이 깨끗하게 분리배출한 재활용 종이가 수집상과 압축상을 거쳐 제지업체들로 들어가는 과정이 잘 정비돼 있다”며 “종이 자원의 재활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일본 고지재생촉진센터도 원료의 품질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지연합회와 종이자원진흥원, 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이 일본시찰단을 꾸려 고지재생촉진센터와 압축상 등을 방문한 것도 일본 재활용 종이 자원의 고품질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종이자원진흥원은 조직의 역할과 기능 면에서 고지재생센터와 같다. 최 회장은 “일본은 종이만 5종류로 나눠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데 분리수거가 잘 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캠페인 전개와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과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는 20~30% 밖에 안되는 종이 재활용 압축상 부지의 건폐율을 들었다. 건폐율이 낮다 지붕을 덮을 수 없다 보니 원료가 비를 맞을 수 밖에 없고 비를 맞은 재활용 종이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제지사와 원료사의 협업을 위해서는 제지사가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지사와 원료사는 공급 가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 회장은 “수분 함량 수치 등 원료의 품질을 검사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원료사에 보여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신뢰가 쌓이게 돼 갈등이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그는 깨끗한나라 회장으로서 2017년 생리대 파동의 여파로 치른 홍역에 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한 시민단체는 그해 릴리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릴리안에 들어가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결론 냈지만 깨끗한나라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최 회장은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우리 제품에서 검출된 양이 많지 않았는데 왜 우리 회사 제품만 타깃으로 삼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고 금전적으로 3000억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국회에도 불려나갔는데 저간의 사정을 안 의원들이 여야할 것 없이 많이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도쿄)=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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