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16억 들인 정화시설인데…' 조선소에 가짜 대기정화시설 판 일당 붙잡혀…현금도 전달

해경, 업체 대표와 대학 교수 등 4명 송치

조선소 도장공정 발생 유해물질 그대로 노출

업체 대표가 조선소 이사에게 전달한 현금 1억 5000만 원. 사진제공=울산해양경찰서업체 대표가 조선소 이사에게 전달한 현금 1억 5000만 원. 사진제공=울산해양경찰서




조선소에 가짜 유해대기방지시설을 납품한 업체 대표와 교수 등이 해경에 적발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대기오염물질 정화시스템 제작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대학 교수 B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교수 B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인 정부출연금을 받아, 조선소 등 대규모 도장공정에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저감하는 유해대기방지시설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는데도 마치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속여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부산과 울산지역 조선소 등 3곳에 시설을 납품했다. 납품 금액은 116억 원가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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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B씨는 내부 테스트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요구하는 배출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안정적인 성능의 필터를 제작하는 기술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터가 정상적으로 정화하는 것처럼 숨기기 위해서 배관에 활성탄을 몰래 넣어 납품검사에 통과했다. 또한,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해 배출하는 스택(굴뚝) 안쪽에 대기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되도록 비밀 배관을 몰래 설치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 B씨는 문제가 된 정화시스템 업체 사내이사로 등기해 각종 편의와 일정한 급여를 받았다.

또한, B씨는 해당 연구를 하면서 정부출연금 약 11억 6000만 원을 지급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했는데, 학생연구원들로부터 연구비 입금 통장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인건비 약 1억 5000만 원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은 다른 연구실 운영비,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수사과정에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정화시스템 제작업체 대표 A씨는 울산에 있는 조선소 블록 도장업체인 C업체에 가짜 유해대기방지시설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사 D씨로부터 “설치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할테니 차액을 돌려 달라”는 요구를 받고, 2년간 2억 5000만 원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경은 이사 D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이런 행위는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라며 “해양경찰은 국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조선소에 설치된 가짜 유해대기방지시설물. 사진제공=울산해양경찰서한 조선소에 설치된 가짜 유해대기방지시설물. 사진제공=울산해양경찰서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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