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창릉 이어 대곡에 공급폭탄…시름 깊은 일산

■고양 대곡·서울 서초 그린벨트 해제 지역 가보니

겹호재에 대곡 땅주인들 매물 거둬

인근 토당쪽까지 매수문의 이어져

선도지구 선정 앞둔 일산 '초비상'

서리풀지구도 매물 보류요청 증가

"지금 매수해도 분양권은 못 받아"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 지구로 지정한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인근. 도로 양 옆에 비닐하우스와 전답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권욱 기자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 지구로 지정한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인근. 도로 양 옆에 비닐하우스와 전답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권욱 기자




“첨단산업 오피스 시설을 갖춘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한다지만 사실상 94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급 폭탄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일산 신도시 아파트 시장에는 오히려 악재인거죠.” (강촌마을 5단지 라이프 아파트 주민 박 씨(40))



6일 일산신도시 마두동의 A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오르지 않고 막대한 추가 분담금 예상금액으로 재건축 희망이 꺼져가는 상황에 대곡 역세권 아파트 공급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건축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촌마을 5단지 전용면적 84㎡은 지난 9월 29일 6억 35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2년 최고가였던 7억 7500만 원에 비해 2억 40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산 아파트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인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신규 택지 지정 소식에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접근성이 더 우수한 3기신도시 창릉에 이어 대곡까지 개발되면 일산 신도시 집값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고양시 대곡역세권 지구 인근인 토당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창릉 신도시 토지 보상도 아직 안 끝난 마당에 일산은 분담금 부담도 높아 애초에 재건축 진행이 어려웠다”며 “수억 원씩 내고 재건축 기다릴 바에 서둘러 팔고 능곡·삼송 신축 아파트로 이동하겠다는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곡역은 서울에 더 가까운 입지에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을 비롯해 연말 개통하는 GTX-A(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까지 확정됐으니 주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와 비교할 때 입지가 떨어져 허탈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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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역 인근 토지는 지난 2018년 GTX-A노선 사업을 계기로 고양시에서 대곡 역세권 개발 사업을 재추진한 이후 줄곧 가격이 상승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발표 이후에는 매물 보류가 늘었다. 토당동 C 중개업소 대표는 “기존에 3.3㎡당 180만~200만 원 수준에 땅을 내놨던 소유주들이 당장은 팔지 않겠다고 한다”며 “서리풀 지구 토지가 3.3㎡당 평균 300만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대곡역 쪽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은 개발 호재가 이미 반영된 대곡역 부근보다 그 아래 토당동 인근 토지와 아파트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토당동 토지는 현재 3.3㎡당 120만~17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어 대곡지구보다 저렴한 데다 인근 아파트 매수 문의도 많다. 대곡지구 대장동 D 중개업소 대표는 “거주 만족도 대비 인프라 부족으로 저평가됐던 토당동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뛸 것”이라며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곡지구 토당동 인근 아파트 전용 84㎡ 매매가는 8억 5000만 원~9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 지구로 지정한 서울 서초구 청계산입구역 인근. 권욱 기자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 지구로 지정한 서울 서초구 청계산입구역 인근. 권욱 기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가 결정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토지 소유주들의 매물 보류 전화가 쇄도했다. 신원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하자마자 5억 원에 나와 있던 약 545㎡(165평) 규모의 전답 매물이 보류됐다”며 “토지 보상이 되면서 지금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유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보상 기대감에 기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 속 매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매수 희망자들은 토지를 매입한다고 해도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는 설명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신원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세차익 기대보다는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느냐는 매수 문의가 들어온다”며 “하지만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무주택자이면서 1년 전에 이미 매수를 했어야 입주권이 주어지는 만큼 지금 토지를 매입해도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가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인근 내곡동 토지 수용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 그린벨트가 풀린 지역도 3.3㎡당 50만~100만 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원지·신원동 소재 전답은 3.3㎡당 평균 300만 원 수준이고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땅은 500만 원 선이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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