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가 테러 행위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범죄자의 가족까지 자국에서 추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7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찬성 61표, 반대 41표로 크네세트(의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테러를 저지르거나 지원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당사자의 부모·형제자매·자녀까지 이스라엘에서 영구 추방된다. 사전에 범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거나 테러 행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이들의 가족에 대한 추방도 허용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과 인권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아랍계를 겨냥한 것으로 헌법에도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한 아랍계는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안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를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일부 의원(리쿠드당)들이 토론 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유대계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인 달리아 샤인들린은 “해당 법안이 아랍계 팔레스타인인에게 적용되도록 의도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대계인 이스라엘 시민이 이 법안에 따라 추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에서 ‘테러’라는 용어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유대인의 폭력 행위에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크네세트는 외무장관 출신인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의 임명안도 승인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6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두 사람은 가자전쟁과 인질 석방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해임 사유로 “지난 몇 달간 그와의 신뢰가 깨졌다”며 후임으로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했다. 카츠 장관의 후임으로는 우파 정당 ‘새로운 희망’ 대표인 기데온 사르 전 법무장관이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