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외 상습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올 9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금융사에 입사해 여신 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2022년 1월 한 지점의 여신팀장으로 근무했다. 같은 해 9월, B회사는 대출 거래처와 부적절한 사적 금전 대차, 담보취득 금지 부동산 부당 대출 취급, 상습도박 행위 등 5가지 사유를 들어 보통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그해 12월 B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다음 해 2월 구제신청을 기각했고, A씨는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비위행위 정도에 비해 양정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상습도박은 업무시간 이후에 한 사생활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B회사의 복무규정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회사의 복무규정 제7조는 ‘직원은 B회사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하거나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A씨가 근무시간 외에 도박을 했다고 하더라도, 도박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고를 겪는 와중에 도박까지 해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되면, 전반적인 업무 능률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도박 행위로 인한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해 횡령 등 추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징계재량권 일탈 및 남용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A씨는 금융기관 임직원으로 근무한 기간과 경험을 고려할 때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씨는 비위행위로 회사의 대외적 신인도를 떨어뜨리거나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저해할 위험을 초래했기에 중징계 처분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