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머리가 텅텅 비었다"…'이 병' 때문에 머리카락 다 뽑은 英 20대女


10년 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온 20대 영국 여성이 이 같은 충동을 참기 위해 머리를 모두 밀기로 결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영국 매체 '니드투노우'에 따르면 글래스고에 거주하는 베서니 스튜어트(23)는 열한 살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 세 사람을 잇달아 잃는 아픔을 겪은 뒤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하게 됐다.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에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느낌을 받은 베서니는 나중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할 때마다 머리카락을 뽑게 됐다. 인지행동치료도 받아 보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베서니는 "어렸을 때는 엄청나게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며 "치료를 받기 위한 대기자 명단이 너무 길어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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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가 가진 질환은 발모광 또는 발모벽(trichotillomania)이다. 반복적으로 머리카락, 눈썹, 속눈썹 등 다양한 신체 부위의 털을 뽑고 싶은 병적 충동을 특징으로 하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환자는 머리카락을 뽑기 전 긴장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털을 뽑고 나면 기쁨이나 만족감, 안도감을 느낀다고 한다. 발모 시 통증을 호소하지 않으며 머리 박기, 손톱 뜯기, 할퀴기, 물어뜯기와 같은 자해 행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평생 유병률이 약 1%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드러내지 않는 환자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체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병하는데 그 이후에 생기기도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발모광은 심리적 원인과 생물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의 문제,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걱정, 최근에 겪은 상실, 우울, 불안 등이 꼽힌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강박장애와 마찬가지로 뇌의 세로토닌 체계의 이상이 지적된다.

아동기에 발생하면 증상이 완전히 없어질 수 있지만 청소년기 이후 발생한 경우에는 만성화되어 생활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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