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2차전지용 공조 기기 제조 업체 씨케이솔루션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급격히 악화한 공모주 투자심리가 코스피 기업공개(IPO) 종목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케이솔루션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코스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씨케이솔루션은 이달 5일부터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1만 5700~1만 8000원) 하단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주문을 써낸 것으로 파악됐다. 씨케이솔루션 측은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 코스피 IPO 종목 중 수요예측까지 마치고 상장을 철회한 건 케이뱅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케이뱅크가 공모 초기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달리 씨케이솔루션은 당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거론되던 예상 기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모에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씨케이솔루션의 흥행 부진 원인으로는 상장일 새내기주의 주가 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씨케이솔루션의 상장일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이 35.68%로 높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상장일 주가 급등이 나타났던 더본코리아(475560)의 경우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이 15.8%였다.
특히 씨케이솔루션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서 회사 지분 17.01%를 보유하고 있는 NH프린시플사모투자의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이 11.34%로 많아 상장일 대량 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실제로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는 FI들이 상장 당일부터 회사 지분을 팔아치워 주가 하락 폭을 키운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NH프린시플사모투자는 씨케이솔루션의 상장 주관사이기도 한 NH투자증권(005940)이 공동 운용사(GP)인 사모펀드다.
씨케이솔루션은 이르면 내년 초 공모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 효력 만료일이 내년 4월 초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미트박스글로벌·동방메디컬 등도 내년에 공모를 재추진하기로 하고 상장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