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죽음마저 함께"…전장서 꽃 핀 뜨거운 사랑, 한날한시에 저물었다

우크라 의무병 발렌티나·군인 다닐

러 포격에 함께 전사…합동 장례식 치러

러시아군 포격으로 한날한시에 전사한 다닐(왼쪽)과 그의 연인 발렌티나. X(엑스·옛 트위터) 캡처러시아군 포격으로 한날한시에 전사한 다닐(왼쪽)과 그의 연인 발렌티나. X(엑스·옛 트위터) 캡처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한날한시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최근 AP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제3독립돌격여단 의무병 발렌티나 나호르나와 군인 다닐 리아슈케비치가 지난 4일 전선에서 함께 전사했다고 보도했다.

'발키리'라는 호출부호로 불린 발렌티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의무병으로 자원입대했다. 의학 교육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은 전우들 사이에서 귀감이 됐다. 제3여단 의료서비스 책임자 빅토리아 콜라흐는 "생명과 죽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동료였다"고 회상했다. 마리나 스타브니추크 변호사는 “발렌티나는 항상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며 “직설적이고 수다스럽지 않았지만, 자신의 일을 빠르고 능숙하게 처리했다”고 회상했다.



'베르세르크'로 불려온 다닐은 2014년부터 전투에 참여해 온 베테랑 군인이었다. 다리 부상을 입고도 전선으로 복귀할 정도로 투철한 군인정신의 소유자였다. 그의 동료 트로히메츠는 "전장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다닐 덕분에 모두가 안심할 수 있었다"며 "그는 죽음조차 전사답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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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 사람은 몇 달 전 전쟁터에서 만나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동료 드비에츠니크는 "감정에 진지했던 발키리와 진정한 전사였던 베르세르크는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화장터에서 거행된 장례식에는 수많은 조문객이 참석해 두 사람의 죽음을 애도했다. 군인들은 횃불을 들고 "불로 타오르라, 생명을 주는 연약한 내 심장을. 두려움도 의심도 모르게 하소서"라는 구호를 외치며 전우들을 추모했다.

동료 코스틸은 "발키리를 만난 것이 베르세르크가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함께 싸울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찾았지만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었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3여단 군인 드비에츠니크는 “발키리는 두려움이 없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발키리가 감정에 매우 진지해서 아름다웠다면 베르세르크는 진정한 전사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존재였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사망 당시 상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인해 전선에서 함께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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