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285130)과 LG화학(051910)이 기존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 전용 설비로 바꾸면서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깊은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고부가 화학제품인 ‘스페셜티’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울산공장 코폴리에스터 설비 중 일부를 고부가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설비 교체를 마친 뒤 고부가 코폴리에스터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원료를 일정량 지속적으로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연속공정 방식으로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고 있다. 연속공정은 생산 제품이 달라질 때마다 원료 투입 비중이 바뀌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품성이 낮은 제품이 일부 생산되는 단점이 있다. SK케미칼은 이런 단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설비 개조를 시작한 것이다.
코폴리에스터는 비스페놀A 같은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소재다. 유리 같은 광택과 투명도를 지니면서도 가볍고 강도가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화장품 용기 등 생활용품부터 산업재에 고루 쓰이고 있다.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는 기업은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 뿐이다.
LG화학도 기존 저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던 라인을 고부가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여수공장에 있는 6개의 폴리염화비닐(PVC) 생산라인 중 두 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최근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에 성공한 초고중합도 PVC를 생산하는 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라인을 정비한 뒤 내년 1분기 전기차 급속‧초급속 충전 케이블 용도로 초고중합도 PVC 제품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중합은 분자들을 서로 결합해 거대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의미하는데 초고중합도는 결합하는 분자의 수를 초고도로 끌어올린 형태다. 기존 PVC보다 내열성 등 물성이 월등히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난연성(불이 붙지 않는 성질)을 구현할 예정”이라며 “기존 전기차 충전 케이블의 단점인 유연성도 개선해 여성과 노약자들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과 LG화학이 나란히 기존 생산라인을 바꿔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은 수익 둔화에 직면한 업황을 스페셜티로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이 라인 조정에 나선 PVC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범용 합성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내구성과 단열성이 우수해 파이프, 창틀, 바닥재 등 건축자재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중국의 건설업이 불황으로 돌아서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낮아졌다. LG화학은 중국과 비교우위가 없는 저부가 PVC 생산라인을 줄이고 기술 격차를 확보한 초고중합도 PVC 비중을 늘리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SK케미칼 역시 코폴리에스터와 재활용 페트 사업을 담당하는 그린 케미칼 부문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바이오 자회사의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은 3분기 연결 기준 1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린 케미칼 부문은 코폴리에스터 판매 호조 덕에 315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그린 케미칼 부문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90억 원이다. 반면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종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3분기 39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