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72명을 기록한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집값 문제로, 비수도권에서는 일자리 부족에 따른 청년 인구 유출 문제로 인해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토 불균형과 저출산의 관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매매가격, 전세가격 증가 등 주거 불안정 요인이 합계 출산율과 조출생률(인구 대비 출생아 수 비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군구별 아파트 전세가격이 평균 10% 오르면 합계출산율은 0.01명 감소하고, 조출생률은 0.09명 줄어들었다. 수도권에서는 고용 불안정 요인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국토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터뷰한 A씨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주거 비용이 너무 커서 ‘돈을 절대로 모을 수가 없는 구조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결혼을 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서울 바깥에서 살 적에는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서울에 들어와 엄청난 집값을 부담하다 보니, 처음부터 서울에 살았으면 아이를 안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4년 2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0.5명대인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비수도권에서는 주거 불안정 요인보다는 지역의 장기적 일자리 전망이나 고용 안정성 문제가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시군구별 청년인구 순유입률이 1%포인트 감소할 때 합계출산율은 0.03명, 조출생률은 0.2명 감소했다. 연구진이 비수도권 청년들을 인터뷰한 결과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는 적었으나 지방도시의 의료·교육·편의시설 여건이 나빠 육아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문화적 활력과 다양성이 부족해 청년인구 유출이 이어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연구진은 “수도권에 쏠린 일자리와 인구의 불균형은 주거비와 사회적 경쟁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며 “지방거점도시에서 지역의 장기적인 고용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긴 호흡의 산업육성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