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백일해 첫 사망자 나왔는데…주의 당부만?” 전문가 작심비판 들어보니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합동대책반 운영 넘어 실효성 있는 정책 제시해야

최용재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사진 제공=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최용재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사진 제공=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영아에겐 코로나19 감염보다 무서운 병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 발생했는데 대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닙니까?"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나오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방역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120여 개 아동병원이 속한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소아 질병과의 전쟁에 내던져진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백일해 사망이 재연될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일해 뿐만 아니라 모든 소아감염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유행하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호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만 되풀이했다”며 “이번 백일해 영아 사망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환자 수만 놓고 보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훨씬 많지만 영아들에게는 백일해가 훨씬 치명적이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주의 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 당국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소아감염 질환 유행을 멈추게 할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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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전일(12일) 백일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영아가 지난 4일 증상 악화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영아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2개월 미만으로, 접종 전에 기침,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지난달 31일 백일해 확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영유아와 소아, 청소년을 중심으로 백일해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나 사망자가 나온 것은 백일해 사망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백일해는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환자 또는 보균자의 비말 감염에 의해 전파되고 전염성이 강해 법정 제2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발작적인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DTaP 백신이 도입되고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2000년대 들어 연간 환자 수가 20명 내외 수준이었다. 2009년 66명, 2011년 97명, 2012년 230명 등으로 소규모 유행이 이어지다 올 들어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1주까지 백일해 의심 소견으로 신고된 환자는 누적 3만 332명에 달했다. 올해 백일해 유행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에선 지난 9월까지 누적 1만 3952명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는 올해 13만 여명이 감염됐고 성인, 소아를 합쳐 35명이 숨졌다. 미국에서는 올해 2만 27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올해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백일해는 일반적으로 7~10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문제는 일명 '카타르기(catarrhal stage)'라고 불리는 감염 초기 증상이 콧물, 눈물, 가벼운 기침 등으로 상기도 감염(감기)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백일해 예방을 위해 적기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는 빠짐없이 2·4·6개월에 적기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소아청소년 연령대를 중심으로 백일해가 크게 유행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적기 접종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1~12세의 6차 접종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번 사망 사례처럼 첫 접종 전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선 임신 3기(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해서 영아가 백일해에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행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대책반을 운영한다고 밝혔었다.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는지 의문스러운데 이번에 또 질병청이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해 대응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며 “제발 이번에는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소아감염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초저출생등으로 인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이른 건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백일해 영아 사망과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붕괴된 소아의료체계를 바로 잡고 육아가 행복한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소아의 건강한 성장과 출산율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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