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인사 면면을 보면 충성심은 기본이고 개혁 성향에 대중·대이란 강경론자들이 대거 발탁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말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며 트럼프 2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직책(차르)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데이 원(내년 1월 20일 취임식)’부터 ‘행정명령 정치’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예고했던 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하고 ‘철밥통’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가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계획의 명칭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며 백악관과 예산관리국(OMB)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전에 없던 기업가적 방식을 정부에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늦어도 2026년 7월 4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집 ‘어젠다47’에서 “딥스테이트(연방정부 내 기득권 집단)를 산산조각 내고 부패한 관료를 대통령이 해고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복원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방만한 정부 재정, 인력에 메스를 댈 것을 예고했다. 이를 실행할 행동 대장으로 정부 밖에 있으면서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머스크 등을 임명해 ‘작은 정부’를 위한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머스크는 대선 과정에서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 달러 삭감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국방부 장관에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1980년생 피트 헤그세스(예비군 소령) 폭스뉴스 진행자를 깜짝 지명했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네소타 주방위군 소대장을 했으며 이후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도 자원해서 복무했다.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교류를 옹호하고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수용하는 등 트럼프의 헌신적 지지자였다”고 평가했다.
중앙정보국(CIA) 수장으로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트럼프 1기 때 DNI 국장을 지낸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 ‘충성파’다. 랫클리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고 중국과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중국은 미국과 나머지 국가를 경제적·군사적·기술적으로 지배하려 한다”고 적기도 했다.
이스라엘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목사 출신으로 강경 보수주의자이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을 주장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비판했다. 중동 특사에는 부동산 사업가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임명됐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정책을 실행할 국토안보부 장관에 역시 충성파인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명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재무장관 후보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센트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왜곡된 인센티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센트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이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전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크 왈츠가 이 사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대담에서 “선박 건조 전문성과 중국 밖에서 대규모로 건조할 능력은 일본과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