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 반독점국 수장 후보군에 규제 강화론자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공화당의 전통적인 친(親)시장 정책 기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FTC 위원장 후보로 부통령 당선인인 JD 밴스의 수석 보좌관이자 10년간 FTC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게일 슬레이터와 전 법무부 반독점국 및 FTC에서 집행관으로 일했던 마크 메아도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조 바이든 정부의 강경한 규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구글 해체를 주장하고 리나 칸 위원장에 대해서도 “꽤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빅테크 규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규제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빅테크 업계는 트럼프의 컴백으로 바이든 행정부 때 강화된 각종 규제가 대폭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반적인 경제 분야에서 반경쟁 행위를 단속하고 수년간의 느슨한 규제를 뒤집기 위해 구글·애플·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제재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과 달리 이번 인선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반기업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밴스가 칸의 유산을 일부 보존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반독점국장 후보로는 알렉스 오쿨리아, 윌리엄 리너, 배리 니그로 등 3인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마칸 델라힘 국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 변호사들이다. 법무부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인수위가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공화당 내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전통적인 반독점 접근’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델라힘 재임 시절 법무부는 구글, AT&T, T모바일을 상대로 주목할 만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한 기업의 성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기존의 독점 금지 관점에서 운영됐다. 이는 칸과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담당 차관보가 주도한 최근의 강경 노선과는 결을 달리하는 전통적인 접근법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정책은 산업별로 차별화된 접근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빅테크와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겠지만 석유와 천연자원, 헬스케어 기업들의 인수합병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한 인사는 “트럼프 당선인은 (석유 기업인) 엑손과 셰브런의 합병에는 문제가 없지만 빅테크에 대해서는 어떠한 행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