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친화적인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레지던스’가 호텔·리조트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건설 계열사가 개발한 뒤 호텔 계열사가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서울 강남 일대가 주요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에 시니어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신세계 그룹 콘텐츠를 결합한 시니어레지던스를 새로운 사업으로 제시한 후 이를 본격 실행할 사업 부서를 마련한 것이다. 신세계 그룹은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시니어 서비스 기획과 관련 부동산 발굴 조직을 두고 개발과 운영을 각각 맡길 계획이다.
대명소노그룹도 최근 호텔·리조트 사업 계열사인 소노인터내셔널에 시니어사업 부서를 신설하고 연말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40년간 50만 명에 이르는 호텔·리조트 회원 관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와 대명소노 모두 서울 강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지역 주요 아파트 세대주의 60%가 60대 이상”이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시니어레지던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니어레지던스 사업을 하려는 호텔리조트 업체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 팔래스 호텔 부지에 짓는 ‘더팰리스73’를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팰리스73은 지하 4층~지상 35층에 총 73세대의 고급 주거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분양률이 낮아 4000억 원의 브리지론(단기대출) 회수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세계 등 시니어레지던스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시행사가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공매에 내놓을 경우 이를 싸게 넘겨 받는 다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시니어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통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사용권만 갖고 있어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점도 업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는 롯데호텔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운영중인 시니어레지던스 ‘VL르웨스트’를 성공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VL르웨스트는 810세대 규모의 임대형 레지던스로 브랜드 VL은 롯데호텔의 레지던스 서비스를 뜻한다. 주 2회 각종 청소를 제공하는 하우스키핑, 24시간 예약 및 비즈니스 업무대행을 맡는 컨시어지, 건강상태를 고려한 호텔 셰프의 맞춤형 식단 등을 제공한다. 롯데호텔이 인수한 뒤 롯데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보바스병원과 근처의 이대서울병원에서 24시간 의료 대응도 가능하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포함해 매달 800만원 이상 낼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5성 호텔인 메이필드 호텔 역시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교육기관인 ‘메이필드 호텔 스쿨’ 건물을 시니어레지던스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원래 올해 2월부터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건축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 자가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가 만족할 정도의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5성급 호텔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높은 비용이 든다”면서 “강남의 개발 자산을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