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사회 두 쪽 갈라질지도"…한강 삼촌 장문의 편지 속에는

한충원 목사, 7일 페이스북 계정에 글 올려

"대의를 위해, 목회자의 사명감으로 공개"

노벨문학상 권위, 작품 내용 및 배경 지적

한강(왼쪽) 소설가, 한충원 목사. 연합뉴스페이스북한강(왼쪽) 소설가, 한충원 목사. 연합뉴스페이스북




대전 행복이넘치는교회의 한충원 담임목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조카인 한강 소설가에게 보낸 장문의 공개 편지가 화제가 됐다.

한 목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한강 소설가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담은 A4용지 13매 분량의 글을 올렸다.



한 목사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솔직히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면서 집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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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벨문학상의 권위를 두고 “분명한 수상 기준이 없이 수여되고 있다”며 “조카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작가로서 정상이요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후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의 반열에 들어갈 작품을 남기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그 근거로는 과거 노벨상위원회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에게 평화상을 주기 석연치 않다는 이유로 자서전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근거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던 일, 프랑스의 작가·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했고,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논란이 된 작품 ‘채식주의자’의 외설성 및 청소년 유해성에 대해서는 “작가는 양심과 기본적 도덕률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 작품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품 중 형부·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에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 불가결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충분히 비판 받을 만하다”면서 “소설 채식주의자는 혈기왕성하고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도 나오는 패륜 관계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왜곡된 윤리의식과 성 관념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모방 범죄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강 소설가의 소설 작품 세계를 두고는 “독자들에게 허무와 절망을 심어주고 가끔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심지어 인생은 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제주도 4·3 사건,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시각으로는 “문학 작가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룰 때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며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서로 다른 관점들이 대척을 이루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어느 한쪽의 관점으로만 평하는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카는 마치 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하며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23살까지 자랐고, 지금까지 내 고향 전라도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부심은 누구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한 목사는 5·18에 대해 “이제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었고 피해를 보상 받았다면 과거를 용서해주고 빛고을답게 밝게 살아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국내 작가들이 5·18을 그런 방향으로 그려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 목사는 자신의 이력에 대해 “목회자, 21살에 처음 써봤던 단편소설이 대학문학상에 당선되고 22살에 두번째 써봤던 단편소설이 지방신문의 신춘문예(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그 후로 29살까지 작가의 길을 준비했던 휴면(休眠) 작가, 부강한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고 45년 동안 국방연구개발 현장에서 세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일했던 공학자 출신”이라며 ”이런 인생을 살아온 삼촌으로서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거리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제안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마자 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나쁜 놈’이라고 돌팔매질할 수도 있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대의를 위하여, 나의 조국의 백성들과 후손들의 영혼을 위하여 이 편지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공개 편지를 쓴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문학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사회·윤리적 책임 의식을 갖게 하고 우리 국민이 문학 작품에 대해 분별력을 갖도록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이 편지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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