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완만한 회복” 되뇌는 정부, 트럼프 리스크 대응 비상체제 갖춰라


기획재정부가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이후 6개월간 유지해온 ‘경기 회복 흐름’이라는 표현보다 신중해진 경기 인식이다. 기존에 반복해왔던 ‘내수 회복 조짐’과 ‘수출 중심 회복’이라는 진단도 이번에는 제외했다. 소매 판매, 건설투자, 서비스업 생산 등의 내수 관련 지표가 부진한 데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하며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의 낙관론에서 반 발짝 물러섰지만 여전히 ‘완만한 회복’을 되뇌는 안이한 인식과 자세를 보여줬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트럼프발(發) 퍼펙트스톰’이 한국 경제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계획을 시행할 경우 IRA를 기반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해온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 2기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을 폐기하거나 지원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는 “공장 건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은 나쁜 거래”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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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 8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24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14일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절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트럼프 쇼크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 경제·안보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 선제적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예상되는 다양한 충격들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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