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맹추격 해오는 데다 외부 변수에 따른 손익 변동성이 커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제일제당의 양대 축이었던 4조 원 이상 되는 바이오사업부를 정리하고 식품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대상은 그린바이오 분야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이 분야 글로벌 1위지만 업황에 따른 부침이 크다는 점이 골칫거리였다. 사료첨가제에 쓰이는 아미노산(라이신, 트립토판 등)이 주요 품목이라 세계 축산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은 팬데믹 기간 축산 사업 호황에 힘입어 실적도 크게 뛰었다. 2020년 2조 9817억 원이던 바이오 사업 매출은 2022년 4조 8540억 원까지 급증했다. 물류 대란에 사료용 아미노산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11개 국가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CJ제일제당은 공급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축산 수요가 위축되자 그린바이오 관련 수요도 감소한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수익성이 낮아진 라이신 사업 비중을 20% 이하로 낮추고 고수익 제품인 트립토판 등 스페셜티 아미노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올해 3분기 바이오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75% 늘릴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고수익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미국 시장 내 경쟁사마저 철수하며 북미 업황이 개선되는 등 ‘반짝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바이오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데다 진입 장벽도 낮다”며 “꾸준히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화이트바이오(기존 화학·에너지산업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와 푸드테크로 분류되는 레드바이오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남겨두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부문을 매각한 자금으로는 ‘제2의 슈완스’를 인수해 식품사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CJ그룹은 2018년 CJ헬로비전을 LG그룹에,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각각 매각했다. 이 대금으로 CJ그룹은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2조 1000억 원에 인수했다.
슈완스 인수는 CJ제일제당이 미국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식품 시장을 공략하는 강력한 기반이 됐다. CJ제일제당은 팬데믹 기간 슈완스 물류망을 토대로 주요 유통 채널 등을 확보했고 미국 시장에서 식품 매출은 4조 356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CJ제일제당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의 과거 바이오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성장산업으로 평가 받았지만 변동성이 너무 큰 데다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며 “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제2의 슈완스’를 인수해 식품에 집중한다면 글로벌 식음료 기업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