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생물로 단백질 발효…커피·초콜릿 만든다 [글로벌 푸드테크 혁신 바람]

기후변화에 원료 수급 어려워져

혈당 걱정없는 단맛 단백질 개발

미생물 활용땐 철분도 생산 가능

10년 뒤 연 700조 시장으로 성장

R&D 지원·국제교류 활성화 필요

설탕보다 최대 3000배나 달지만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 적도 부근의 과일.설탕보다 최대 3000배나 달지만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 적도 부근의 과일.




단맛을 내는 단백질은 적도 지역의 일부 과일에서 소량 발견된다. 설탕보다 800~3000배나 달지만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 과일의 단백질 구조를 활용해 단맛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성공했다. 건강을 해치는 설탕 과다 소비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 셈이다. 세계적으로 설탕 시장 규모는 연 7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연간 100톤의 단맛 단백질 생산 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커피·코코아버터·초콜릿 등 다른 식품 분야에서도 푸드 테크(food technology)가 적용돼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원료 수급에 애로가 있거나 원료 가격이 급등하는 현실에서 푸드 테크를 활용해 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커피 열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바라기·콩·보리 등을 활용해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커피 특유의 맛은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과정 중 단백질과 설탕 간의 특별한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이 맛과 향을 대체 원료에서도 뽑아낼 수 있다.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나 된다. 특수 미생물인 기름진 효모를 사용해 기름과 지방을 만드는 R&D도 이뤄지고 있다. 보리나 해바라기 같은 다른 재료에 특수 미생물을 노출시켜 단백질을 발효시킴으로써 초콜릿과 코코아버터 등을 만든다. 초콜릿과 팜오일 시장은 연간 각각 약 1160억 달러와 7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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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셰플러 HITI 대표는 18~1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포럼 2024’에서 “제약·식품·농업 분야에서 사료 효소 같은 기능성 단백질 제품이 이미 많이 개발됐다”며 “요즘은 단 하나의 미생물을 개발해 수십억 달러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푸드 테크와 생명공학을 활용해 소화효소 같은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뇌의 인지 기능과 건강한 장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라며 “세계 여성의 60~80%가 철분 결핍으로 인해 면역력 저하, 불면증, 피로, 피부 건조, 인지력 저하에 시달리는데 미생물로 철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인인 셰플러 대표는 UAE에 기반을 둔 글로벌 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한국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독일 등에서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뤼게날더밀러의 경우 식물성 대체육 분야에서 오히려 동물성 육류보다도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203~2034년 세계 푸드테크 시장 추이(단위 10억 달러). /출처=프리시던스 리서치203~2034년 세계 푸드테크 시장 추이(단위 10억 달러). /출처=프리시던스 리서치


식량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는 식량안보, 기후변화, 인류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세계 인구는 1960년 30억 명에서 2022년 80억 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50년에는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화학비료 사용 급증으로 인해 온실가스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번 월드푸드테크포럼에서는 식품 최적화 솔루션, 맞춤형 헬스케어, 친환경, 블루 푸드 테크, 글로컬 융합, 창발 생태계를 강조하며 푸드 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장은 “푸드 테크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단백질과 농업, 영양 식품, 스마트 공급망, 식품 자동화, 인스턴트 유통 등이 메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10년 뒤 푸드 테크 시장이 연 7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푸드 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과 R&D 지원, 인력 개발, 국제 교류가 필요하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기원 공동회장(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전 세계가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창발 생태계와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본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국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K푸드 확산에 맞춰 푸드 테크 산업의 글로벌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소연 슈레더김재단 이사장은 “유럽 최대 혁신 네트워크인 EIT에서도 푸드 테크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제가 거주하는 독일 등 유럽에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 푸드 테크 산업의 글로벌 교류·협력을 돕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맹호 UNIDO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국내 혁신 푸드 테크사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나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일정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은 “푸드 테크 산업을 발전시켜 선진국은 물론 식량위기를 염려하는 개도국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상생을 꾀할 수 있다”며 “한류를 활용해 우리 농식품의 수출 확대와 한식 세계화를 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삶에 변화를 주는 푸드 테크’를 주제로 31개국 1054개 식품사가 참가하는 ‘푸드위크 2024’ 전시회를 개최한다.



CJ·롯데·농심·농협 등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스타트업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컸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겸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초대 회장은 “국내외에서 푸드 테크가 떠오르고 있으나 벤처캐피털(VC)의 시리즈 A·B 투자 감소로 인해 전체 스타트업 가치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며 “미국 Y콤비네이터 같은 대형 액셀러레이터(AC)들이 나와 대기업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엔티테크는 모태펀드·대기업·은행 등과 협업해 올해 70여 개의 팁스 투자를 포함해 총 500여 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 회장은 “벤처·스타트업이 투자 혹한기에 시달리며 폐업 위기에 내몰린 곳이 많다”며 창업자의 역량과 몰입도, 소통 능력, 협업 노력, 기업의 핵심 가치라는 5C 전략을 역설했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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