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 초대 방장을 지낸 성철스님(1912~1993년)이 소장했던 불교 경전 등 4건이 경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경남도는 21일 해인사의 △백련암 십현담요해언해 △홍련암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2건을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백련암 십현담요해 및 조동오위요해 합부 △백련암 불설관정발제과죄생사득도경 등을 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 예고했다.
‘십현담요해언해’는 당나라 승려 동안상찰의 십현담(十玄談)을 조선 전기 매월당 김시습(1435~1493년)이 간략하게 풀이한 경전을 다시 한글로 만든 언해본이다. 1548년 강화도 마니산 정수사가 간행한 이 경전은 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양하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국가가 설립한 불경 한글 번역·출간 기관인 간경도감이 1471년 폐지된 이후 인쇄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동일본이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이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은 해인사 주지를 지낸 지관스님(1932~2012년)의 소장품으로, ‘금강경’으로 불리는 불교 대표 경전이다. 장마다 삽화가 수록된 판화본이라 희소성이 높고 미술사적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조선 명종 19년(1564년) 황해도 구월산 패엽사가 간행했다.
김시습이 저술한 ‘십현담요해 및 조동오위요해 합부’는 십현담을 풀이한 ‘십현담요해’와 중국 선종의 일파인 조동종(曹洞宗)을 해석한 ‘조동오위요해’의 합본이다. 15세기 조동종의 사상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도 유형문화유산보다 등급이 낮은 문화유산자료로 지정 예고됐다.
‘불설관정발제과죄생사득도경’은 부처가 주는 진언을 읽고 외우면 온갖 재난과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 있다는 설법이 적힌 경전이다. 고려 고종 30년(1243년) 대장경 판각업무를 담당한 대장도감이 간행한 고려대장경판을 인출했다. 종이 질과 상태로 미뤄볼 때 조선시대 인경본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보존 문제로 후대에 수리가 이뤄져 문화유산자료로 지정 예고됐다.
이들 경전 중 백련암 3건은 성철스님의 소장품이다.
앞으로 30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한 뒤 내년 2월께 열리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정곤 도 문화체육국장은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충분히 밝혀진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절차”라며 “앞으로도 도내 우수한 문화유산을 계속해서 발굴해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