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사유가 발생해 신용도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진 롯데케미칼(011170)을 집중 관찰하겠다고 21일 발표했다.
신평사들은 이날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롯데케미칼의 향후 대응 과정과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모니터링한 후 신용도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EOD 사유 발생을 공고했다. 올 3분기 기준으로 이자 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3개년 누적 평균치가 5배를 하회함에 따라 사채관리계약서상의 재무비율 유지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잔존 회사채 2조 2950억 원 중 2조 450억 원어치에는 △부채비율 200% 이하 △EBITDA가 이자 비용의 5배 이상이라는 조건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EOD 선언 사유가 발생한다는 특약 조건이 걸려 있다.
신평사들은 롯데케미칼이 직면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업황 침체 등 영향으로 EBITDA를 단번에 이자비용 5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2022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수요 약세와 축적된 공급 부담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까지는 적어도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윤재 한신평 수석연구원 역시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와 운임 상승,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3년 연속 적자 발생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회사채 잔액을 조기상환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 별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2.3조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약 2.36조 원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다. 김서연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보유 유동성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 자금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은 향후 사채권자 집회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현재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주 중 사채권자집회 소집을 공고해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재무약정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