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가 올해 3월 혼외자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올해 8월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자는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아(23만 명)의 4.7%를 차지했다.
혼인 외 출생아 수는 2020년 6900명에서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 등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넓이면 2013년 9300명에서 차츰 하락하다가 2018~2019년을 기점으로 도로 반등하는 모양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인 41.5%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축에 속한다.
혼인 외 출산 비율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뒤 0~2%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2018년 2.2%로 2%대를 넘어선 후 급속하게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주택 매매·대출과 같이 경제적 목적으로 혼인 신고 없이 결혼식만 치르고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가 늘어나는 한편,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약화한 점 등이 꼽힌다.
혼외자 비율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집값 상승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2017년부터 전국 집값이 7.02%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2.72%, 2019년 6.23%, 2020년 20.87%, 2021년 19.26% 등 연달아 두 자릿수 오름폭을 보이며 값이 뛰었다.
이에 주택 시장 내 ‘결혼 페널티’ 때문에 대부분의 실제 부부가 ‘내 집 마련’ 목적으로 혼외 출산을 결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약·대출 등에서 배우자의 당첨 이력이나 소득 요건 등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혼인 신고를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 19만 3657건 중에서 결혼 후 1년 내로 이뤄진 혼인신고는 16만 1171건(82.23%)이다. 해당 수치는 2014년 89.11%에서 2021년(85.41%), 2022년(84.69%)를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율은 2014년~2020년 5%대에서 지난해 8.15%로 뛰었다. 갈수록 혼인 신고를 미루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가족제도 개념이 점점 흐려지며 혼인 외 출산 비율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법적 혼인 신고를 거부하고 양육비 지원만을 제안한 배우 정우성씨 역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통계청이 이달 12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7.4%로 2년 전보다 2.2%포인트(p) 증가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 역시 37.2%로 2년 전보다 2.5%p 증가했다. 이밖에 통계청은 ‘장래가구추계’에서 향후 10년간 비친족가구가 매년 2만~3만 명씩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