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마지막 협상이 성안되더라도 구체적인 생산 감축 목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의 쟁점이 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협약 성안을 위해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문서(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구체적인 생산 감축 목표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협약이 (성안) 되어도 수치가 나올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원료 사용 의무 비율을 높이거나 다회용기를 많이 사용해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향은 한국 정부도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단계적인 방식을 우선 추진해야 하고 성안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석유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 생산 규제는 이번 협약의 쟁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생산 규제에 반대하며 재활용률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장관은 협상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플라스틱 협약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 재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김 장관은 “협약에 있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며 “감축을 줄인다고 하고 재활용을 안 할 것은 아니지 않나. 여러 이해관계자와 같이 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협약과 별개로 환경부는 개최국으로서 자체적인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국제협력사업을 국회에 냈고 재정당국과 예산 증액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환노위에서 통과된 예산 기준으로 매년 50억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한국이 선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폐기물추적관리제 등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폐기물 처리 인프라를 같이 구축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장관은 “민간 자본과 병행해 국내 기업도 해외에 나가 지원할 수도 있고 사업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협상은 시작부터 국가간 입장 차이가 이어졌다. 5차 협상위를 앞두고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의장은 77쪽짜리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논페이퍼’(비공식 문서)를 협상 촉진용 문서로 내놨다. 2022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정부 간 협상에서 77쪽짜리 협약 초안이 마련됐는데, 방대한 양의 문서를 가지고 협상을 벌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오전에 개막식이 끝난 이후 오후 1시까지 회의를 하면서 의장 문안을 가지고 논의하는 데에 대해서도 합의를 못 이뤘다”며 “77쪽짜리 초안과 의장 문안을 둘 다 올려서 논의하자는 얘기와 의장 문안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한국 정부는 의장 제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립 끝에 이날 오후 5시 30분께 5차 협상위에서는 17쪽 짜리 의장 문안을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는 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