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25일 탄핵 사태로 공석이 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의협은 올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10일 탄핵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내부에 보낸 글에서 "아직까지는 의협이 달라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번에는 교수가 회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제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의대 증원 추진에서 비롯된 의정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올해 5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비대위의 세 번째 수장으로 선출돼 6개월째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부 의료개혁 추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실무추진단장 등이 참여하는 의정 간 첫 공개토론회를 성사시켰다. 강 교수는 내년 1월에 치러질 43대 의협회장 보궐선거의 후보자 등록 마감 직전인 22일 후보자 추천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협회장 출마설이 확산됐었다. 당시 추천서를 받아온 것은 맞지만 병원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해서 최종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는데, 사흘 여만에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출마 배경에 대해 "의협이 달라져야 우리 의료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고 일개 대학의 비대위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의협에서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다양한 직역이 모인 의협에서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의료계를 파악해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의 상황이) 정치권보다 더 심하다고들 한다. 지금까지의 의협의 모습이 아닌,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모습을 이번 보궐선거와 이후의 의협에서 보여줄 좋은 기회로 생각되기에 각오하고 나서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제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은 오는 12월 2~3일 이틀간이다. 결격사유가 없는 회원 500인 이상의 추천서를 받아야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 마지막 날인 3일 최종 후보자가 발표된다. 선거는 내년 1월 2~4일 실시되는데, 과반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7~8일 결선 투표가 열린다.
현재까지는 강 위원장 외에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의협 회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강원도의사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장(전 의협 부회장)도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그간 의대 교수들의 입장과 차이를 보여왔다. 다만 현 의정사태의 핵심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인 데다 의협의 임시 수장격인 비대위원장 자리에도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단국대의대 교수)이 선출된 만큼 이번 선거의 경우 평소와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강 교수의 의협회장 출마 선언으로 서울대 비대위도 새롭게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