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인공지능(AI) 등 유행 테마에 따라 신사업을 하겠다고 공시한 기업 10곳 중 3곳은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매출이 발생한 곳도 5곳 중 1곳에 그쳤다.
25일 금융감독원이 2023년 중 2차전지·AI·로봇·가상자산·메타버스·신재생에너지·코로나 등 7개 주요 신사업을 추가한 86개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분석한 결과 27개사(31%)는 사업 추진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목적을 추가하고도 조직·인력 구성, 연구개발 활동, 제품·서비스 개발 진행, 실제 매출 발생 중 어느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실제 매출까지 발생한 회사는 16개사(19%)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매출을 구분 관리하거나 테마 관련 기술을 접목한 주요 제품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회사는 8개사(9.3%)에 그쳤다. 나머지 70개사(81%)는 관련 매출이 전혀 없었다.
문제는 사업을 추진조차 하지 않은 기업 대부분이 재무·경영 안정성이나 내부통제 등에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곳이라는 것이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곳이 13개사, 자본잠식이 7개사 등으로 재무 상황이 열악해 신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례도 13개사로 빈번하게 나타났다.
금감원은 신사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한 만큼 실제 사업 추진 여부나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사업에 수반되는 대규모 자금 조달 공시가 있더라도 발행 대상자의 재무 현황, 최대주주 등을 확인해 실제 납입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더라도 단기간 내 기업 본질 가치에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며 “신사업 추진 사실만으로 급격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