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속도조절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수소정책은 풍부한 천연가스 생산량에 기반해 수소생산 원료 중 천연가스를 절반 이상으로 활용하고 수전해 수소생산 시 원자력(13.7%)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것이다. 암모니아 형태로 전 세계로 수소를 수출하는 것에도 주력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석유·석탄을 대체할 미래 에너지로 수소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미래연료는 없었다. 탄소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수소경제는 많은 논쟁을 낳았다. 수소는 에너지 운반체로, 저장과 운반이 쉬워 꿈의 자원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수소경제 거품론과 함께 수소생태계 투자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2021년 기준 이미 전 세계는 9400만 톤 정도의 수소를 소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수소는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생산한 그레이·브라운수소다. 수소경제 전환은 블루·그린수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그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블루수소,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를 청정수소라 하고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핑크수소는 무탄소 수소로 분류된다.
수소경제 전환의 요체는 2050년까지 8억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를 청정수소, 특히 그린수소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린수소 생산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현시점에서 청정(블루·그린)수소 대비 그레이수소의 생산비용은 4~5배 저렴하다. 발전 분야에서 수소 발전을 천연가스 발전과 비교하면 발전 원가가 24배나 비싸진다.
조 바이든 정부는 캘리포니아·텍사스·펜실베이니아 등 국가 전역의 7곳을 그린수소·블루수소 생산 거점으로 두는 트윈트랙 수소전략을 실행하고 수십 억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그린수소보다 블루수소와 원전수소를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다. 그린수소의 수출기지는 칠레와 아프리카 국가들이지만 블루수소와 원전수소의 수출기지는 미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비춰 볼 때 우리의 수소경제 전환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소 수요는 2030년 390만 톤, 2050년에는 2790만 톤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2027년부터 발전 분야 사용을 위해 청정수소를 수백만 톤씩 도입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원전 등 다양한 수소생산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소 활용을 최적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