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콩기름 식용유 가격이 한 달 만에 3배 이상 오르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 가격이 더 오른다는 소식에 사재기까지 벌어지며 재고가 부족하다. 콩기름 식용유 가격 상승으로 치킨, 어묵, 튀김 등 ‘서민’ 먹거리 가격까지 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18ℓ짜리 업소용 콩기름 식용유 한 통의 평균 거래 가격은 한 달 전 1만 원대에서 최근 5만 원대로 올랐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 달 1만 7000원 수준이던 식용유 납품 가격이 이달 들어 5만 2000원으로 올랐다”며 “다음 달에는 더 오를 것이라는 얘기에 150통을 샀다”고 말했다.
콩기름 식용유 값이 오르는 것은 올리브유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콩기름 식용유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또한 콩기름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수입산 대두유 재고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제 대두유 선물가격은 5월 톤 당 983.47달러에 거래되다 8월 886.03달러까지 떨어진 후 오름세로 돌아서 이달 26일 기준 톤 당 996.92달러까지 올랐다.
통상적으로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3~6개월 전 대두유를 확보해 식용유를 만들지만, 올해 재고 수요 예측에 실패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매출 부진을 겪은 탓에 수입산 대두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업체 별 가정용 식용유 소매점 매출은 CJ제일제당(097950)이 14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1% 줄었다. 대상(001680)(-3.97%), 오뚜기(007310)(-6.95%) 등도 감소했다.
저가 식용유 업체들의 지난해 가정용 식용유 소매점 매출은 무려 27.48% 급감했다. 미국산 대두유를 주로 쓰는 대형 업체와 달리 저가 식용유 업체들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산 대두유를 사용한다. 최근 환율 상승 및 현지 작황 부진 등으로 이들 지역의 대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저가 업체들은 대형 업체들이 수입한 대두유를 사용하거나, 국내산 대두유를 써야 해 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식용유 공급이 달리게 되자 유통 대리점들은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섰다. 식용유는 제조사들이 제품을 만든 뒤 대형 마트, 기업형수퍼마켓(SSM), 온라인 쇼핑몰 등과 직거래하는 방식과 대리점을 통해 중소형 마트, 외식업체, 프랜차이즈업체, 급식업체 등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자영업자들은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납품 받는데 이 과정에서 대리점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하며 자영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콩기름 식용유를 이용하는 치킨이나 과자, 튀김 등 먹거리 물가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보통 콩기름 식용유는 카놀라유, 올리브유 등 고급 식용유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시장 통닭, 중소형 치킨 브랜드, 분식집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도매점, 대리상들이 가격 인상으로 물량을 조절하며 식용유 가격은 다음 달 3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가가 비싸지다 보니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