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2엔대에 거래되며 전날 154엔대와 비교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한 데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이웃 국가이며 동맹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효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오는 대부분의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발표에 트럼프 1기때 발발했던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의 재연 가능성이 커졌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 우려 역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발표 직후 "관세 몽둥이", "망언" 같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력 반발했고, 일각에선 중국이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때처럼 의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멕시코 역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를 향한 서한을 공개하고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1기때 철강·알루미늄·농축산물 등에 관세를 부과받은 뒤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몰린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품군을 위주로 보복 관세를 매긴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새 정부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교역 체제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했다. 간사이미라이은행의 이시다 다케시 전략가는 "엔화는 달러당 154~155엔 박스권에서 벗어나 강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선언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금리 인하 관측도 고조되고 있어 엔화(가치)는 상승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트럼프 트레이드'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트럼프의 관세 강화 정책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을 유발하며 엔화 매도·달러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머지않아 일본에 대한 관세 역시 강화될 것이라는 경계감에 리스크 회피 자금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책에 대한 '기대' 성격으로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이뤄지던 것에서 '리스크 경계'에 따른 엔화 매수·달러 매도로 시장의 시각이 바뀌었다"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변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