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미술 다시보기] 코메디아 델라르테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18세기 로코코 회화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장 앙투안 바토는 풍속화를 주로 그렸다. 프랑스 미술 용어로는 ‘장르화(peinture de genre)’로 분류되는 그의 그림은 주제가 특정돼 있지 않고 동시대인들의 생활상을 다룬다는 특징을 지녔다. 바토는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발랑시엔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파리로 이주해 직업 화가로 활동했다. 왕립아카데미에서 체계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가 처음 화가로 입문한 곳은 오페라극장이었다. 생계를 위해 무대 배경을 그리며 낯선 도시에서 홀로 생활하던 바토에게 연극은 삶의 유일한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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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토의 그림에는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를 공연하는 이탈리아 희극 광대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가면을 쓴 배우들이 대본 없이 즉흥연기를 펼치면서 풍자와 패러디를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 공연은 바토가 활동하던 시기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극의 등장인물은 크게 세 부류가 존재하는데 우선 아를르캥·메제탱·피에로와 같은 모험심 강한 하인들이 극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 부류는 의사와 판탈롱 역의 노인들이며 세 번째는 콜럼바인과 같은 연인들이다. 이 인물들은 독특한 의상과 가면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표출한다.

바토는 이 인물들 중에서 메제탱의 모습을 그림의 소재로 자주 활용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줄무늬 복장의 메제탱은 사악한 다른 하인들과 대비되는 선하면서도 예술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본래 이탈리아 희극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배역이지만 파리 무대에서 새롭게 창안돼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극중 역할이다. 커다란 베레모를 착용하고 기타를 연주하는 메제탱은 극의 유희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토는 이러한 메제탱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감성적 본성을 표출하고자 했다. 그의 그림 속 메제탱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예술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언제나 새롭고 근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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