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
롯데그룹은 시중은행 보증을 통한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 보강을 목적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이달 21일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 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고 사채권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사채 관리 계약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사채의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이 달려 있다.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가 재무 특약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올해 9월 말 기준 이자비용 대비 EBITDA가 4.3배로 5배를 밑돌면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교차 부도 조항이 있어 한 회사채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 상태가 돼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를 꺼내 든 것은 최근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을 그룹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랜드마크이자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건축비에만 4조 5000억 원이 투입됐고 현재 가치는 6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산이다. 현재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특약 사항이 수익성 관련 지표라 발행 회사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특약 사항을 조정했다”며 “이번 시중은행 보증을 통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가 높아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19일 사채권자 대상 집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집회에서는 계약 변경 또는 EOD 선언 여부 등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28일 오후 4시 30분 사채권자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상환 능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10월 기준 보유 예금 2조 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 원을 확보해뒀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10월 기준 총자산이 139조 원이며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 5000억 원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