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기한 늘려 폐의약품 줄여…제약업계 ESG 新바람

■제약업계 ESG 변화 흐름

지난해 폐의약품 수거량 역대 최대치

폐의약품 30%, 유통기한 경과 폐기

알피바이오, 유통기한 연장 특허 적용

이벤트 아닌 기술 혁신으로 ESG 실천





의약품 유통기한을 늘려 폐의약품을 줄이려는 시도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의약품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변질·부패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의 ESG 활동이 사회공헌 성격이 강했다면 혁신기술을 도입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폐의약품 수거량은 712.8 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 486.9톤 대비 46.3%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유통기한 경과로 폐기되는 의약품을 전체의 30%로 추정하고 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3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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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정 내 상비약을 비축해 두려는 경향이 폐의약품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상비약 유통기한이 대부분 1~2년이라 기한 내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약이 많기 때문이다.

폐의약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알피바이오(314140)는 연질캡슐의 유통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연질캡슐은 딱딱한 알약과 달리 캡슐에 물약이 들어있는 약이다. 시간이 지나도 약의 함량과 효과가 유지되도록 생산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동화약품(000020)의 감기약 ‘화이투벤’은 알피바이오의 3년 연장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된 제품으로 해당 기술이 적용된 이후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알피바이오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기한 1년 연장으로 연간 약 2700억 원 상당의 폐의약품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통기한이 늘면 제약사나 약국 입장에서도 재고관리 등이 편리해진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유통기한 증가가 장기적으로 폐의약품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의약품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전 주기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가정 내 상비약의 유효기한이 늘어나면 보관일수가 늘어나고 기한 내 소비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도 소비기한표시제로 유통기한이 연장돼 폐기량이 최대 30% 감소한 사례가 있다.

한편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HK이노엔(195940), SK케미칼(285130)이 A+(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 8곳에 비해 75%가량 늘었지만 C·D 등급을 받은 회사가 여전히 절반(49.2%)에 달한다. 또 ESG 활동 대부분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플로깅 등 이벤트성 활동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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