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돋보기 검증 필요한 민간위탁사업

김갑순 한국회계학회장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회계감사

대법 판결에 '결산 검사'로 후퇴 우려

재정 엄격 통제, 혈세 낭비 막아야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의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사건’ 소송에서 서울시의회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시도의 민간 위탁 사업에 대한 검증 수준이 완화된다. 시도의 민간 위탁 사업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더욱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지방자치법 제117조에는 주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조사·검사·검정 업무 등은 단체장이 조례나 규칙으로 정해 법인·단체·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서울시도 비슷한 취지에서 ‘행정사무 민간 위탁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 위탁 사업은 345개 사무, 9424억 원 규모다. 시민들이 낸 막대한 규모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집행 내역에 대한 높은 수준의 확인이 필요해 2014년부터 ‘공인회계사에 의한 회계감사제도’가 도입됐다. 단체장은 물론 시민과 도민이 뽑은 시도의회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위탁사업비를 제대로 집행하는지 철저하게 살펴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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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가 2021년 위탁 사무에 대해 낸 조례 개정안을 두고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재의를 요구했다. 서울시의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022년 재의결하자 서울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의회는 현행 제도가 사업비 정산의 검사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회계감사라는 용어를 사용해 업무 수행 전문가의 범위를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탁 기관의 불편을 야기하고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결국 지난달 결심 판결을 통해 조례 개정안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의 업무 내용 자체가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조례 개정안이 기존 업무를 지방자치법 제150조에 따른 ‘지자체 결산서 검사’ 정도의 간이 업무로 완화해 규정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판결에 따른 파장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개정된 조례가 시행되면 서울시는 민간 위탁 사무 재정 집행 통제 방법을 회계사의 ‘엄격한 외부 회계 검증’에서 일반 재무 전문가의 ‘지자체 결산 검토’ 수준으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재정 규모는 지자체 중 가장 큰 46조 원에 달한다. 이번 판결이 서울시는 물론 다른 지자체의 재정 통제에 부실화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잘못 끼운 단추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업비 회계감사가 결산 검사 수준으로 후퇴하면 지방정부에서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것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1000만 서울 시민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방정부는 본질을 외면한 채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의 회계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다. 잘못된 것은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혈세인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더욱 철저하고 높은 수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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