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기체계에는 무기만의 특성을 드러내거나 친근감 있는 상징명칭(애칭)이 공식 부여된다.
미 육군의 경우엔 헬리콥터(helicopter)에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아메리칸 원주민(native american)’의 부족이나 용맹한 지도자의 이름을 따 명명한다. 심지어 이렇게 작명하도록 규정화 돼 있다.
1969년 육군 규정 70-28(Army Regulation 70-28)에 공식적으로 명문화했다. 장비의 위엄을 손상하지 않고 공격적인 정신과 신뢰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기동성과 민첩성, 화력, 지구력 등 장비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다고 육군이 헬기를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인디언 관련 이름을 부여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1942년 미 육군이 최초로 대량 생산에 의해 운용한 시코르스키의 R-4헬기는 ‘호버플라이(Hoverfly)’라는 온화한 이름을 붙였다. 이때만 해도 헬기가 군사적으로 널리 쓰이지 않고 지형을 이용하며 전장을 빠르고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는 개념이 없어 이름 명명에 특별한 규칙은 없었다.
그러나 6·25전쟁을 통해 헬기가 군사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을 달라졌다. 미국 벨(Bell)사가 개발한 H-13은 전선을 누비며 사상자 후송하는 등 구조와 후송작전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때 처음으로 H-13에 ‘수(Sioux)’라는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부여했다. 이후 미 육군에 도입되는 헬기에 쇼니, 쵸토, 치카소 등의 부족 이름이 잇달아 부여되면서 1950년대부터 미 육군 헬기 애칭 작명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H-13 ‘수(Sioux)’ 인디언 이름 첫 부여
다만 베트남전을 통해 부족 이름이 부여되는 관례가 깨지기도 했다. ‘이로쿼이(Iroquois)’라는 이름이 붙은 UH-1 헬기는 장병들 사이에서는 ‘휴이(Huey)’로 더 많이 불렸다. 공격헬기로서 투입된 AH-1에는 ‘휴이코브라(Huey Cobr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에 전투와 공격을 위한 무기체계 성격에 맹금류의 이름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UH-60에 이르러 부족명이 아닌 소크(Sauk)족의 전투추장으로 전설적인 전사로 이름이 높은 ‘블랙호크(Black Hawk)’가 부여한 이후 카이오와(Kiowa), 샤이엔(Cheyenne), 코만치(Comanche), 라코타(Lacota) 등 부족의 이름을 애칭으로 쓰는 방향으로 회귀했다. 코브라 이후 ‘공격’ 헬기에 아파치나 코만치처럼 기마 전투로 용맹성을 날린 부족의 이름을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미 육군은 헬기 네이밍에 인디언과 관련한 이름을 쓰는 이유에 대해 “미군은 적에 대항해 용감히 싸운 인디언 전사들에 대해서 항상 높이 평가해 왔고 이러한 인디언 전사들의 상무정신을 계승하려는 의도”라며 “원주민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미 육군이 LUH-72 기종에 ‘라코타’ 이름을 부여하는 명명 행사에 원주민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미 육군의 H-13은 미국 벨(Bell)사가 개발한 2엽 단발 엔진의 소형 헬리콥터다. 미 해병대에서는 HTS-4로 분류된다. 1950년 12월말 미 해병대 소속으로 한국에 처음 배치돼 중공군의 공세로 발생한 미군 사상자를 후방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2만 5000여 명의 전상자를 후송해 ‘하늘을 나는 구급차’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 헬기의 애칭으로 쓰인 수(Sioux)족은 북미 대륙의 대평원(The Great Plains)에 사는 같은 어족(語族)의 말을 쓰던 여러 부족의 연합이다. ‘동맹자’를 뜻하는 다코타(산티 수족), 라코타(티톤 수족), 나코타(양크톤 수족)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미군과의 대평원전투에서 수많은 전설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가장 끈질기게 저항한 부족들이기도 하다.
H-19D 치카소, 가장 무서운 원주민 부족
헬리콥터 H-19D 치카소는 미국 시코르스키(Sikorsky)사가 1949년 개발해 S-55로 부르던 다목적 중형 헬리콥터다. 6·25전쟁에 비무장 수송헬기로서 인원·화물 수송, 구조 임무를 맡았다. 우리 공군은 1958년 7월 16일 H-19D 2대를 미국 군사원조로 인수해 제33구조비행대대를 창설했다. 1962년 11월부터 1968년 1월까지는 귀빈용으로 활약하다 1977년 7월 14일 퇴역했다.
치카소(Chickasaw)족은 원래 미시시피강 서쪽에 터를 잡고 있었지만 유럽인과의 첫 접촉 이전에 동쪽으로 이동해 미시시피 강 동쪽에 계속 거주했다. 16세기 중반 스페인의 에르난도(Hernando de Soto)가 이끄는 탐험대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때 치카소족은 과도한 요구를 하던 이들 탐험대를 공격해 패주시킴으로써 남동부 원주민 부족 가운데 가장 무서운 존재가 치카소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CH-21 쇼니, 원주민 지도자 테쿰세 쇼니
CH-21 쇼니(Shawnee)는 외형이 바나나처럼 생겨 ‘하늘 나는 바나나(flying banana)’로도 불렸다. 베트남전쟁에 처음 투입된 미군 헬기로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속도가 느려 생존성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UH-1으로 교체됐다.
쇼니(Shawnee)족은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및 메릴랜드 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아메리칸 원주민이다. 이름 높은 지도자로 원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지휘한 원주민의 큰 지도자로 평가받는 테쿰세 쇼니(Tecumseh Shawnee)가 있다. 영미전쟁에서 인디언부족연합을 이끌었다. 1813년 10월 5일 온타리오 테임스 전투에서 45세로 전사할 때까지 미국에 대항해 싸웠다.
백인들을 향해 유명한 연설을 남긴다. “우리 중 누구도 이 땅을 팔 권리는 없습니다. 공기도, 구름도, 저 드넓은 바다까지 팔아 넘기라 하지 그럽니까?…나는 인디언의, 우리나라의 운명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미군의 최고사령관에 올랐던 셔먼 장군은 풀네임은 ‘William Tecumseh Sherman’인데, 이 이유는 셔먼 장군의 아버지가 테쿰세를 흠모해 아들의 이름에 넣은 전으로 알려졌다.
UH-1 이로쿼이, 뉴욕 북부 부족 연합체
베트남전쟁에서는 1만 2000여 대의 헬기가 투입해 가장 인상 깊게 등장하는 것이 UH-1이다. UH-1은 본래 수송형으로 개발돼 병력과 환자, 화물을 수송하고 구난과 활력지원용으로도 운용됐다. 베트남전을 통해 각종 무장을 탑재한 건십(gunship) 또는 무장헬기로도 널리 사용돼 헬리본 시대를 연 헬기가 평가 받는다.
이름은 이로쿼이(Iroquois)로 정해는데 최초의 모델 이름이 HU(Helicopter Utility)여서 휴이(Huey)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1967년 10월 13일 UH-1H을 최초 도입했다. 1992년 3월에 퇴역했다.
북아메리카 뉴욕 북부에 살던 모호크족(Mohawk族), 오네이다족, 오논다가족, 카유가족, 세네카족 그리고 투스카로라 족 등 이로쿼이어(Iroquois語)를 사용한 부족의 연합체가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이다. 이들 다섯 부족(후에 투스카로라족 합류)은 유럽인의 침입 이전까지 북미 동부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이로쿼이는 알곤킨족의 말로 ‘독사’라는 단어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와전되면서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
1950년대에 개발된 UH-1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다목적 전술공수작전 헬기다. 1976년 3월 미 육군에 인도된 후 운용목적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개조됐다. 미 공군에서 구조 및 귀환임무를 수행하는 HH-60, 미 육군의 특수부대를 위한 MH-60K, 미 해군의 SH-3H를 대체하기 위한 SH-60, 다목적 군사 및 수출·민간용으로 제작한 S-70 등이 있다. UH-60은 최대속도 296km/h(160kts), 항속거리는 2220㎞, 작전행동반경은 600㎞에 달한다.
UH-60 블랙호크, 소크족 전설적인 전사
블랙호크(Black Hawk)는 소크(Sauk)족의 전투 추장이자 전설적인 전사다.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18세 때 이미 여러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블랙호크 전쟁’은 미국 원주민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플로리다부터 오하이오까지 여러 곳에 흩어진 많은 부족이 백인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후 더 이상 전의(戰意)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호크가 패전 후 고별사 형식의 한 연설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잘가라, 나의 부족이여! 블랙호크는 너를 구하고, 네가 당한 억울한 일을 복수하려고 고군분투했다. 그는 백인 몇 사람의 피를 마셨다. 이제 그는 포로로 잡혔고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제 생을 마치려 한다. 그의 태양은 지고 있으며,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잘 가라, 블랙호크!”
이 같은 일화 덕분에 일리노이스주 오레곤시에 있는 그의 동상은 ‘불멸의 인디언’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CH-47 치누크, 구름이 나타나면 원주민 습격
CH-47 치누크(Chinook)는 기상 분야에 로키 산맥 위에 나타나는 푄 구름을 일컫는 말을 따왔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말로 ‘눈을 먹는 것(snow eater)’이란 의미가 담겼다. 이은 산록의 눈이 녹아 눈사태나 홍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치누크는 콜로라도강을 범람하지만 이 지방에서는 치누크 때문에 목축업이 가능하다고 볼 정도로 지역의 온난한 기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같은 구름이 나타나면 인근의 원주민이 습격하러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들에게 붙여진 치누크족이라는 이름이 명명됐다.
RAH-66 코만치, 말 타고 전투한 부족
RAH-66 코만치(Comanche)는 미 육군이 1990년대 개발해 2004년 양산까지 들어갔지만 프로젝트가 취소된 무장 정찰·경공격·공중전용 헬리콥터다. 스텔스 기술을 결합해 개발된 것이 강점이다. 4~1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2발의 스팅어 미사일, 분당 최대 15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20㎜ 개틀링건용 탄환 500발 탑재가 가능하다.
코만치(Comanche)는 대평원에 삶의 자리를 잡은 말과 함께 한 부족이다. 코만치족은 인구의 3~4배가 많은 최대 12만 마리의 말 을 소유할 정도다. 말을 이용한 전투와 전술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코만치 문’(Comanche Moon)이라 불릴 만큼 멕시코인들과는 밤에 많운 전투를 벌였다.
야간에 말을 타고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카이오와나 아파치도 말을 전투에 이용하기는 했지만 그 원조는 코만치다. 또 백인들과의 전투 양상을 보면 코만치의 지도자 콰나 파커는 단발 소총의 약점을 파악해 재장전 전에 방어진지를 총공세하며 전투의 주도권을 잡는 방식을 채택했다.
현존 최강의 공격헬기는 아파치 가디언 ‘AH-64E’다. AH-64E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야간전투능력과 화력, 생존성이다. 야간에 원활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표적획득장비와 야시장비 등을 갖췄다. 동체 앞에 위치한 이들 센서를 통해 아파치는 야간에도 초저공 비행이 가능하고 표적을 탐지·식별하는 게 가능하다.
AH-64 아파치, 매복·야간 뛰어난 부족
무장탑재능력도 뛰어나 레이저로 유도되는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16발까지 탑재가 가능한다. 기본무장인 30㎜ 기관포 포탄은 최대 1200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동체 아래에 장착된 30㎜ 기관포는 승무원의 헬멧형 조준기와 연동돼 헬멧 방향으로 기관포 포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게 장점이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가 미국의 영토가 있을 때 이곳의 원주민 아파치(Apache)족은 그리 적대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타 산맥에서 금이 발견되고 백인들이 몰려들자 1961년부터 평화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코치스와 제로니모 등이 주동이 돼 11년 간이나 백인에 저항했다. 1874년 코치스가 죽고 1876년 미군이 보호구역으로 원주민들을 이주시키려 하자 제로니모가 반발해 700여 명을 이끌고 탈출했다.
아파치는 바위가 많은 척박한 환경에서 주로 생활했다. 기마술과 매복, 야간 전투 능력이 뛰어나다. 수천 달러의 현상금을 목에 걸고 백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제로니모와 그의 전사들은 신화로 불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