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빌미 삼아 입법부로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윤석열 정부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숨통을 더욱 조이기 위해 관행처럼 이어지던 ‘쪽지 예산’마저도 포기하겠다는 각오다. 여당은 ‘거대 야당의 예산 인질극’이라며 반발하지만 여야 간 대화가 막힌 상황에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법대로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대통령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예비비와 검찰·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특정 업무 경비 등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결과대로 삭감하고 대신 지역화폐 발행,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인공지능(AI) 개발 등 민생 미래 예산은 대폭 증액할 것”이라며 “이 같은 대원칙 아래 쪽지 예산, 민원 예산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압박의 최우선 카드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까지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감액된 내용만 반영한 ‘자체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방안을 밀어붙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여야 간 예산안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자체 예산안을 내놓았다가 막판 극적 합의에 이른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화폐’ 등 민주당의 중점 추진 예산 증액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권력기관’ 예산에는 칼질을 하겠다는 것이다.
예산과 더불어 또 다른 카드로 쟁점 법안 역시 단독 처리 의지를 밝히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각 상임위원회별로 계류된 민생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진 의장은 “위원장이 여당 소속인 상임위에서 민생 입법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12월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각 상임위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법안들을 추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이 정한 처리 기간 내에 반드시 이 민생 과제들이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로 여론이 다소 반전되면서 ‘탄핵’ 카드마저 다시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입장문을 내고 “헌법상 감사원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결국 국민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며 “위헌·위법적인 감사원장 탄핵 시도를 중지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