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멤버가 송영숙·임주현·신동국 등 ‘3자 연합’과 임종윤·종훈 형제측 5대 5 동수로 재편됐다. 3자 연합과 임씨 형제측 모두 이사회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28일 한미사이언스는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정관상 이사 수를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임주현 사내이사 선임의 건 등이었다.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84.7%가 참석했다.
1호 안건인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 57.89%로 부결됐다.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2호 안건인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은 57.8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신동국 신임 기타비상무이사는 입장문에서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며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 며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됐는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발전을 이끌고 12월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총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 형제 측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은 기존 4대5로 구성된 이사회를 임시 주총에서 6대 5로 바꾸는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지만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되고 신동국 회장이 이사회에 입성하며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대 5로 균형이 맞춰지며 경영권 분쟁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양측은 다음 달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 등을 놓고 다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 보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동수인 만큼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도 고소·고발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경영권 분쟁의 분기점이었던 만큼 이날 주총은 당초 10시에서 미뤄져 오후 2시 30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의결권 위임장 집계 과정을 두고 양측에서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과정이 오래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임씨 형제 측 가운데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만 참석했다. 송영숙·임주현·신동국 등 3자 연합은 의결권을 위임하고 임시 주총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주주명부 폐쇄 기준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과 친인척을 제외한 3자 연합 우호지분은 33.78%, 임씨 형제 측 우호지분은 25.62%로 알려졌다. 이외에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8.09%, 오너 일가 친인척 3.10% 등으로 구성됐다. 지분 5.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26일 중립을 선언하고 임시 주총 당일 찬반 투표 비율대로 보유 지분을 나눠 행사했다. 양측은 고소·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서울경찰청에 임종훈 대표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임씨 형제측도 3자 연합을 상대로 배임·업무방해 등 3건의 고발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