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격’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의 고율 관세정책과 관련해 “그가 재고하기를 바란다. (트럼프의 관세 계획은) 비생산적”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두 동맹(캐나다·멕시코)과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앞서 25일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과 마약, 특히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취임 첫날 이들 국가로부터 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 민주당 역시 트럼프 관세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행정명령만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수전 델베네 하원의원(워싱턴주) 등 8명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관세 남용 방지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법안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관세 및 수입 쿼터 부과 권한을 없애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하원 임기가 조만간 끝나고 내년 1월 출범하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의회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키운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의회조사국(CRS)는 최근 ‘한미 FTA와 양자 무역 관계’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증가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경제학자의 의견”이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존재했던 2011~2015년에 오히려 미국의 한국산 차 수입이 가장 빨리 늘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저축·투자율 등 거시경제적 요소가 미국의 무역적자의 주된 이유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에서 통상 저축률이 투자율에 비해 낮으면 무역적자가 확대되는데 미국은 저축률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트럼프 관세에 대해 “무역전쟁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보복을 할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며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방위 장비 등을 구매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관세의 첫 타깃이 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짓겠다는 확실한 제안을 확인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멕시코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가 이를 부정적으로 보자 중국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트럼프와 나는 양국 사이에 좋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잠재적으로 관세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문제를 꼬집은 캐나다도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도미닉 르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국경 단속 부문에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고 실제 미국과의 국경에 드론은 물론 단속 인원을 추가 배치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인원은 2021년 2만 7180명이었지만 올해 19만 8929명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