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업계가 인재 확보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 반도체가 생성AI와 자동차 등 첨단 기술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으로 부상하며 관련 인재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기업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인재 확보를 여러 회사가 연계해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다.
2일 NHK에 따르면 소니, 미쓰비시전기 , 키옥시아 등 일본의 6개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은 공동으로 대학과 연계한 설명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베대학에서 각 사의 기술자들이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커리어 계획 등을 설명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향후 참여 기업과 협조 대학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의기투합은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선 가운데 정작 산업 현장에선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가 지난해 기준 일본 내 공장을 보유한 반도체 제조사 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회사에 향후 10년간 총 4만 명의 인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공장을 낸 구마모토의 경우 연내 양산과 출하를 시작할 계획인 제1공장에서 1700명, 내년 건설 시작을 앞둔 제2공장에서도 1700명을 고용할 계획이지만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과거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지만,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며 지금은 그 수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종업원이 60% 감소한 부문도 있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에서 TSMC의 진출로 구인이 급증했다”며 “(구마모토 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적으로 반도체 인력 부족이 현실화했다”고 전했다. 현재 TSMC 공장이 위치한 구마모토, 일본 국산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Rapidus) 공장이 들어선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전문고등학교, 대학교의 커리큘럼에 반도체 전문 과정도 추가되고 있다. 기업과 연계해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거나 현장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의 반도체 인력 확보전은 비단 일본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 등이 최근 몇 달 동안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확장하면서 미국 AI 선도 기업들의 직원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로 AI 사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면서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우수 인재 선점에 더욱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