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일 “내수진작이라고 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서 여러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소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공주의 아트센터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한 30번째 민생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규제와 제도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 민생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등 경제선진국들은 소비 진작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한다”며 “연말에 하는 소비나 카드 사용 대금 등은 소득세 과표에서 많이 감면해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우리는 소비는 안 좋은 것이고 저축은 미덕이라고 한다”며 “과거 원시 자본이 축적 안됐을 때는 저축이 미덕이지만 지금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후반기 양극화 타개가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심리 진작 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소비 진작 메시지를 내는 배경에는 실제로 차갑게 식고 있는 경제 상황이 배경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달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춘 3.00%로 결정했다. 지난 달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돈을 푸는 ‘완화’로 전환한 뒤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2번 연속 내린 것은 15년 9개월 만이다.
특히 한은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추면서 저성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금리를 두달 연속 내린 것이란 분석이다.
실물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는 점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 달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상품의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감소, 역대 최장 감소를 기록 중이다. 내수의 한 축인 건설업 생산도 전월보다 4.0%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내리막을 보였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연속 내리막을 보인 것은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이다.
올해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년 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증가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10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20조 284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1298억 원) 늘었다. 6월 이후 4개월 만에 거래액 20조 원대를 회복했지만 증가 폭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낮았다. 기존에 역대 최저치였던 올해 8월(2%)보다 더 낮아진 수치로,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이 2%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소비진작 발언에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실물경기 지표가 좋지 않으므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소비 진작 카드로는 신용카드 공제율 한시 상향, 온누리상품권 확대, 관광·숙박쿠폰 발급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비과세·감면 확대로 서민·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다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 초 발표한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신용카드 사용액 추가 공제, 노후 차 교체 개별소비세 인하, 숙박 쿠폰 45만 장 배포 등 소비 진작 대책을 담았다. 당시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파격적인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로 하락하면서 강한 소비 진작책을 내놓을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배달애플리케이션 수수료율 인하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배달 수수료를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3년간 30% 이상 줄이고 모든 전통시장은 0%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5~14% 수준인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낮추고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상생 방안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상생안에는 소비자 환불비율 상향안(현행 90%→95%)도 담긴다.
소상공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생업 4대 피해’ 구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는 ‘노쇼(No Show·예약 부도)’ 방지를 위해 예약보증금제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하고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성실히 고지한 사업자는 과태료 규제를 면제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