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가 인하 부메랑…의료비 14% 늘어난다

◆제약바이오協 연구보고서

국민부담 5000억 절감 기대불구

제약사 전략 변화에 역효과 생겨

업계 "약가제도 패러다임 바꿔야"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2년 실시한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국민 의료비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제약사들이 낮아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비급여 의약품과 급여 의약품 중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품목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등 추가 약가 인하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약가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시행 이후 약가 인하에 노출된 제약사들의 2013년 매출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34% 급감했다. 이후에도 2019년까지 최대 51.2%의 장기적인 매출 감소 효과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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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목적은 ‘동일 성분 동일 가격’ 원칙에 따라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인하해 국민 부담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낮추고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2012년 기준 약제급여목록표 총 1만 3814품목 중 6506품목(47.1%)의 가격이 인하돼 건보 재정 1조 2000억 원, 국민 본인 부담액 5000억 원의 약품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선택하면서 정부 의도와는 다른 결과들이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급여 의약품 생산을 줄이고 약가 인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가 인하에 노출된 기업의 급여 전문의약품 생산량은 노출되지 않은 기업 대비 최대 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급여 의약품의 비중은 2016년부터 20~36%포인트 증가했다.

제약사들은 급여 의약품 중에서도 약가 인하에서 제외된 전문의약품의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방어했다. 약가 인하에 노출된 기업들은 급여 내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중을 2018년까지 최대 10.5%포인트 늘린 상태로 유지했다. 또 자체 생산 제품 대신 ‘제품 외 생산’ 비중과 수입 의약품의 코프로모션(공동판매) 비중을 늘려 매출 감소에 손쉽게 대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국내 제약 산업의 생산기반 및 공급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정부 의도대로 약가 인하 효과만 존재했다면 소비자 부담은 10.4% 감소하지만 제약사들이 생산 전략을 바꾸면서 실제로는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13.8%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의도대로라면 건보 재정 또한 크게 절감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약가 미인하 품목에 대한 재정부담이 증가하는 ‘풍선 효과’로 인해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약가 인하 정책이 재정 부담 완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정부는 2012년 이후에도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비롯해 급여적정성 재평가,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 등 중복적인 약가 인하에 덧붙여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등 추가 약가 인하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이 강화되면 제약사 수익성이 악화하고 R&D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제약사가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약가 제도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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