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에 한국 증시 투자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ETF가 하락 베팅 상품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반도체·2차전지를 중심으로 수익률 하위권만 휩쓸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대선 결과의 윤곽이 나온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10% 이상 수익률을 거둔 54개 ETF 가운데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15개에 그쳤다. 특히 상위 10개 ETF 중에는 2차전지주의 하락을 기대하는 인버스(역방향) 상품인 KB자산운용의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18.68%)’만 유일하게 겨우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150 선물에 대한 인버스 상품도 5개나 됐다.
주가 상승을 바라보고 투자한 나머지 9개 ETF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조선TOP10(15.81%)’ 등 조선주에 투자하는 상품이 4개였고 이 외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K팝, 인터넷, 플랫폼 등에 투자하는 개별 상품만 있었다. 주가 상승의 2배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차입) ETF는 주식이 아니라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B운용의 ‘RISE 국채30년레버리지(13.06%)’뿐이었다.
수익률 상위권은 해외 주식 투자 ETF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가 34.10%의 수익률 올려 최선두에 섰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75%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눈에 띌 정도다. 미국 관련 ETF는 전기차부터 AI, 로봇, 방산, 금융, 원자력, 소비재 등 업종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수익률 상위권에 분포했다. 인버스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이와 반대로 해당 기간 10% 이상 떨어진 ETF 대다수는 한국 주식 투자 상품으로 집계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두자릿 수 하락률을 기록한 84개 ETF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15.03%)’ 등 중국 관련 상품 2개뿐이었다. 미국 투자 ETF는 전혀 없이 나머지 82개가 모두 국내 자산 투자 상품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34.39%)’ ‘KODEX 반도체레버리지(-32.71%)’ 등의 내림폭이 특히 컸다. 하락률 상위 13개 상품 가운데 11개가 국내 주식 레버리지 ETF였다.
국내와 해외 주식 투자 ETF 간 수익률이 이 같이 벌어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이후 ‘미국 우선주의’가 강하게 고개를 들면서 한미 증시 사이에 탈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인상, 급진적인 정책 변화 예고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의 우위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경기가 ‘골디락스(물가 상승 없는 경제 고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침체 없는 금리 인하로 증시 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