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텔 파운드리 복귀 이끌던 겔싱어 사임… 임시 공동 CEO 체제로


인텔의 파운드리 복귀를 이끌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거액 파운드리 투자 부담과 중앙처리장치(CPU) 경쟁력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인텔은 당분간 임시 공동 CEO 체제 하에서 새 CEO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사임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인텔사임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인텔






2일(현지 시간) 인텔은 겔싱어 CEO가 이달 1일 사임과 함께 은퇴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새 CEO를 찾는 동안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쉘 존스턴 홀트하우스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수석부사장이 공동 CEO로 활동하게 된다. 이사회는 “인텔 파운드리를 비롯해 리더십 구조는 변경되지 않는다”며 “겔싱어 CEO의 정식 후임자를 찾기 위해 부지런하고 신속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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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CEO는 1979년부터 인텔에서 일해온 ‘인텔 성골’이다. 486 CPU 설계를 도맡았고 32세이던 1989년 인텔 최연소 임원이 됐다. 이후 와이파이, USB 등 인텔 대표 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이후 2012년부터는 VM웨어 CEO를 맡아 회사를 성공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2021년 2월에는 ‘친정’ 인텔 CEO로 돌아와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 전략에 따른 파운드리 복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부담과 불확실한 수주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인텔은 미국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을 들여 파운드리를 건설 중이나 TSMC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 수익원이던 CPU에서도 경쟁사 AMD에게 점유율을 갉아먹히며 투자 부담을 지탱할 현금흐름도 악화했다. 이에 인텔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고, 실적 우려에 기대하던 미국 정부의 칩스법(반도체지원법) 보조금도 삭감당한 처지다.

비록 겔싱어 CEO가 최악의 상황에서 낙마하게 됐으나, 테크계 여론은 동정적이다. 인텔이 겔싱어 CEO 취임 전 손쓸 수 없게 망가져 있었던 탓이다. 인텔은 2018년 사내연애 추문으로 사퇴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CEO 시절부터 시작된 연구개발(R&D), 미래전략 부재로 수렁에 빠져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겔싱어 CEO는 만루, 동점 위기상황에서 팀이 택할 수 있던 최선의 마무리 투수였으나 구원에 실패한 셈”이라고 했다.

인텔도 겔싱어 CEO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인텔은 보도자료를 통해 “겔싱어는 인텔에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글로벌 기술 산업을 발전시켰다”며 “매우 존경받는 리더이자 숙련된 기술자로서 그는 혁신에 집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을 현재 시장 역학에 맞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기에 모두에게 도전적인 한 해였다”며 “인텔은 내 삶과 같았고 CEO로 이끄는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 인텔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일한 많은 동료들에게 영원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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