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천공항 왜 이렇게 커졌지?"… 체크인 카운터 H→N, '셀프 백드랍'까지

“공항이 왜 이렇게 커진 것 같지?”

3일 오전 6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T2) 출국장은 여행길에 오르기 위해 공항을 찾은 여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공항에 들어선 여객들은 빠짐 없이 공항의 규모가 커진 것 같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H 구역이 마지막이었던 체크인 카운터가 N 구역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그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적힌 가림판 뒤에 숨어있던 T2의 ‘4단계 확장 구역’이 여객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체크인 카운터가 6개 추가된 덕에 길기만 했던 발권 대기 줄이 한결 줄어든 모습이었다. 공항 내부 구역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78m x 10m 규모의 대형 LED 전광판이 승객을 반겨주고 있었다.

승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셀프 백드랍’(자동 수하물 위탁)이었다. 일부 승객은 신기하다는 듯 기기로 다가가 안내 요원의 도움을 받아 짐을 스스로 부치고 자리를 떠났다.

셀프백드랍으로 수하물을 부치고 나온 한 승객은 “확실히 체크인 카운터가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어 승객이 분산돼 대기 없이 원활하게 수속이 진행됐다”라면서도 “다만 스캔이 잘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시도하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4단계 확장 구역에 총 56대의 셀프백드랍 전용 수속 기기를 배치해 승객 밀집도를 분산하고 빠르게 짐을 부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T1 등에 배치된 셀프백드랍은 지난 10월 전면 국내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교체가 됐지만, T2의 기기는 국산화 전에 발주가 들어가 외국에서 제작된 기기가 도입됐다. 외국산 기기는 국제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초기 안정화에 장점을 보이지만 항공사별 요구 사항 반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셀프백드랍 서비스 확대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해 승객들이 빠른 수속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현재 운용하고 있는 외국산 셀프백드랍 기기는 차차 국산 기기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확장된 탑승구역 내부로 들어가자 벽 곳곳에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민화가 그려져 있었고 조경시설도 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확장된 탑승구역은 현재 일부만 운영을 시작했고, 대부분의 게이트나 편의시설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날 새로 마련된 274번과 275번 게이트에서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처음 선보인 구역이지만, 어렵지 않게 게이트를 찾은 승객들은 탑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부 승객은 해당 구역이 새로 공개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했다.

승객들은 ‘청결함’과 ‘편리함’을 확장 구역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반대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편의시설과 인천공항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야외 정원 ‘승재원’ 등 각종 문화시설이 너무 구석에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이날 공항을 방문해 확장구역을 둘러본 한종현(22) 씨는 “다른 공항의 경우 승객이 누워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자에 받침대를 설치해 놨는데, 이 곳은 받침대를 없애는 등 승객 친화적인 요소를 다수 반영한 것 같다”며 “콘센트나 무선 충전 기기도 기존 구역보다 더 많이 배치된 것 같아 더욱 이용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씨는 “아직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은 확장구역을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승객 조장원(21) 씨는 “작년에 T2를 찾았었는데, 확장 구역이 새로 오픈했다는 사실을 의식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시설과 잘 녹아든 것 같다”라며 “공항이 넓어진 만큼 교통 약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 같아 이동 시설 마련이 중요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뒤 미국 플로리다로 귀국하는 브라이언 씨와 애슐리 씨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T1을 이용했었는데, 확장된 구역이 생긴 만큼 승객이 나뉘어져 더욱 조용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T2 확장 구역은 더욱 많은 예술품이 마련돼 있고, 특히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그림이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등 주요 이슈가 마무리 된 뒤에 이전 배치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모든 시설이 전면 개방되려면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공항공사는4단계 확장시설 공식 운영일을 맞아 T2 입국장에서 ‘4단계 그랜드 오픈 첫 도착여객 환영행사’를 개최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방콕 발 인천 행 대한항공 KE652편을 통해 4단계 확장구역 225번 게이트로 처음 도착한 박용운(46) 씨에게 황금열쇠와 기념 꽃다발을 증정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29일 4단계 오프닝 행사를 개최하고 확장 사업 완료를 공식화 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4단계 확장 사업은 총 4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제4활주로 및 계류장 75개소를 신설하고 T2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으로 인천공항은 여객 수용 규모가 기존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늘어나 홍콩(1억2000만 명), 두바이(1억1500만 명) 공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또한 세계 최초로 국제 여객 5000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여객터미널 2개를 보유하게 됐다. 화물처리 능력도 기존 500만 톤에서 630만 톤으로 늘어나 세계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