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연합(EU)의 출생아 수가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의 출생아는 지난해 연간 366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1961년 데이터 산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FT는 “유로스타트의 장기 인구 예측에서 지난해 예상됐던 수치인 400만 명을 훨씬 밑도는 수치”라고 짚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그리스·폴란드·핀란드 등에서는 최근 10년간 출산율이 최소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출산 장려 정책으로 주목 받았던 유럽에서도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EU의 출생아 수는 1960년대 중반 약 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는 거의 미국과 같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의료·연금 등 고령화 관련 지출은 증가하면서 유럽의 재정 압박은 심화하고 있다. 생산 인구통계학 전문가들은 유럽의 오랜 출생아 감소 추세가 기후 변화 등은 물론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악화되고 있다고 봤다. 장광유 유엔 인구 담당관은 “고용 불안과 생활비 및 주택 가격의 상승, 코로나19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개인의 출산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 유럽 성인들 역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2013년 28.8세에서 2022년 30세로 늘어났다. 40세 이상 산모의 출산 비율은 같은 기간 2.5%에서 6%로 2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