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환율이 요동치면서 여행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겨울방학과 직장인들의 잔여 연차 등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났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여행경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30분 1402.9원에 거래를 마친 환율은 이날 오후 10시23분 계엄령 선포 후 치솟기 시작해 같은 날 오후 11시50분 1446.5원까지 급등했다. 다만 이날 새벽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새벽 2시께 환율은 1425원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환율이 하루 만에 2.6%가량 오르면서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적용 기준인 2%를 넘어섰다. 업계는 통상 환율은 1~2%대로 변동해 최근엔 영향이 없었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큰 폭의 원·달러 환율 변동은 여행심리에 타격을 미친다. 항공·숙박 비용과 현지 여행경비가 오르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통상 수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는 해외여행 상품 특성상 예약 당시와 출발일의 환율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여행사가 고객에게 해당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환율 변동이 여행 수요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운송, 숙박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금이 계약 체결시보다 5% 증감하거나 여행 요금에 적용된 외화 환율이 2% 이상 증감한 경우 상대방에게 늘거나 줄어든 금액 범위 내에서 해당 요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방한 예정인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비상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자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 이스라엘 외무부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했다. 미국 국무부는 계엄령 해제 후에도 상황이 불안정할 수 있다며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 시위 지역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입국하는 외국인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에는 차질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등의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